brunch

저도 선생님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by 느뇽

최근에 부쩍 많이 하게 된 고민입니다.


난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할까?


무려 일주일에 적게는 5시간, 많게는 7시간 넘게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것도 이 좁은 공간에서 긴밀하게 많은 소통을 나누면서요. 학생과 저는 보이지 않지만 서로 아주 많은 영향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학원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재밌는 일들, 화나는 일들, 이것저것 다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을 조용히 시키고 공부를 시켜야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조용히 공부를, 학교 끝나고 학원에서도 조용히 공부를, 학원 끝나고 집에 가서도 조용히 학원 숙제를 해야하더라구요.


한창 떠들 나이에 조용히하라고 말해야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그리고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이런 것에 더 예민해지는 저를 보면서 '나 잘 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일주일간은 밤에 잠이 안올 정도로 이 고민이 심해졌습니다.

학생들은 저를 좋아할수록 저와 이런 저런 수다를 떨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여러 학생이 모여서 공부를 하는 곳이기에 쉬는 시간 이외에는 조용히 해야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의 소통, 그리고 공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매일 합니다.


이런 고민이 아주 심해지다못해 '나 너무 잔소리꾼 선생님이 되어가는 것 같아. 이렇게 계속 하는게 맞겠지? 잔소리 하더라도 공부를 잘 시키는게 내 역할이니까.' 이런 생각을 운동하면서도, 걸으면서도, 씻으면서도 하기 시작했는데요.


몇 일 전, 자매인 두 학생들 덕분에 제 방향성을 되찾았습니다.

학생들이 다 집에 가고, 딱 이 두명의 학생만 수업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너무 귀여운 이 학생들의 대화 주제는 주로 남자입니다 ㅎㅎㅎ

나이 불문하고 여자들은 남자 이야기가 제일 재밌나봅니다. 각자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이야기를 하면서 노트에 그 남자 이름을 쓰고 하트 그리기 바쁜 걸 보면 말입니다..


무튼, 이 두 학생이 학교에 유명한 잘생긴 오빠 이야기, 다른 학원의 자신의 이상형인 오빠 이야기를 하기에 너무 재밌고 귀여워서 저도 제 과거 연애사를 이야기하면서 열심히 수다를 떨었는데요, 갑자기 그러는거예요.


"선생님같은 남자친구나 친구 있으면 좋겠어요.."

"쌤 다시 어릴때로 돌아와서 저희랑 친구해주시면 안돼요?"

"선생님은 정말 완벽한 사람 같아요. 저는 커서 선생님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학생들이 제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 아닐까,, 그 날 잠 못잘뻔 했습니다..

학원에 새로온지 얼마 안된 학생들이라 저랑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저의 많은 부분을 관찰하고 보고 있었더라구요. 제가 운동 열심히 하는 모습, 계획표 세우고 다이어리 쓰는 모습, 꼼꼼히 공부 계획 세워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너무 멋있다고 느꼈다며... 언제 다 봤는지, 놀랐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공부를 하라고 백번 천번 잔소리하는 것보다

나도 저렇게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지!

이런 마음이 들도록 해주는 것이겠구나, 정말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앞으로도 말은 줄이고, 행동으로 보여줘야겠어요 !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9화어느새, 정원 마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