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저는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잘해야 하는 일, 무엇보다도 잘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지독한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고작 20명 밖에 안되는 우리 교습소 학생들에게 수학이 진짜 재밌다는 거를 너무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수학이 재밌으려면 수학 실력이 조금이라도 늘어야하고, 문제가 잘풀려야 하니까 최대한 실력이 늘 수 있도록 아이들별로 약한 부분을 기록해두고 그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공부 자료를 완벽히 준비해두었습니다.
넘치는 열정으로 최근 3주간은 주말마다 출근해서 낮부터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 수업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만 잘 따라오면 무조건 된다! 싶을만큼 나름 머리 싸매고 연구해서 제가 직접 손으로 글씨를 써서 개념 테스트지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별로 교재 구성을 모두 다르게 해서 10권이 넘는 교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참 마음이 아프게도, 아이들은 제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계획은 제 마음대로 세울 수 있지만 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은 제 힘으로 되지 않는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억력이 안좋아도 이 정도 문제 풀면 무조건 외워질텐데? 했던 학생은,
제가 준비한 모든 자료를 다 공부하고도 매일 리셋된 기억을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났습니다.
어쩜 이러지...? 어떻게 가르치지...? 이건 못 가르쳐... 대체 왜이렇게 공부를 안하지...
그렇게 화가 났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감정기복의 한달을 보내면서
제가 해야할 것은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완벽한 계획을 세운 후 그 결과에 대해 내려놓는 마음을 갖는 것까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상 어떤 일도 제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죠..
특히 사람을 다루는 일은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그것도 아이들이 제 계획대로 착착 따라와줄 것이라고 기대한 제가 너무했던겁니다.
저는 점점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비록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해서 완벽하다고 생각이 되는 계획을 세우지만,
언제나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고 매 순간 계획을 수정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렇게 여러번 수정된 제 계획 속에서 아이들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계획만 생각할 때는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발전하는 모습이, 마음을 내려놓고 나니까 보이더라구요.
이만큼 늘었네! 엄청나잖아!
그래서 전 요즘,
안되는 것을 잔소리하기보다 바뀐 것을 칭찬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