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의 전환점, 성적보다 태도 교육이 우선이다

by 느뇽

저는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단계별로 이 문제집 풀고 다음엔 이걸 풀리고, 공식은 매일 시험을 보면 외우겠지.

기출문제는 올때마다 한개씩 봐야겠다. 숙제는 이렇게 내줘야지.

이렇게만 완벽히 하면 성적이 오를거야."



ecQU-7K_-utEp9X26ubsaZcPZyk.JPG 학생별로 완벽한 전략을 짜서 만들어둔 개별 파일




아이들은 제 계획대로 잘 따라와주었고 저의 꼼꼼한 전략으로 성적이 오르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내 수업방식이 역시 맞았군'



그런데 교습소를 운영하면서, 그동안과 전혀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낮고, 30분 이상 집중을 못하고, 숙제도 안해오고, 문제 풀다가 막히면 바로 포기해버리는 아이들.

틈만 나면 핸드폰만 보려고 하고, 핸드폰을 걷으면 그림을 그리며 딴짓하고, 집중하라고 잔소리하면 멍을 때리는 아이들. 답지를 보고 풀이과정까지 열심히 배껴오는 아이들. 그저 학원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들.....



처음에는 너무 혼란스럽고 좌절감이 들었습니다.



"살면서 이런 아이들은 처음봐. 뭐지..?"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는거 같은데..."

"이 아이는 대체 왜 이러는걸까? 날 무시하는건가.."

"이럴거면 공부를 왜 하는거지? 학원은 대체 왜 오는거지?"

"왜 아무리 알려줘도 전혀 기억을 못하는거지? 머리가 나쁜건 아닌데.."

"이렇게 하는건 서로에게 의미가 없어"



몇개월간 이 아이들과 전쟁을 벌이고 씨름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천천히 여러번 설명해줘도 아이들이 스스로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

학원의 규칙을 만들며 공부를 방해하는 행동을 규제해도 아이들이 집중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규칙들도 아무 소용 없다는 것.

아무리 같은 문제집을 여러번 반복시켜도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은 똑같은 문제를 계속 틀린다는 것.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집중해, 공부해! 핸드폰 그만봐! 라는 잔소리도 아니고, 치밀한 공부전략도 아니고

'공부하는 태도' 그 자체였다는 것을요.




5zANF1PkQt5f9rKpSXwodhu__i0.png 틀린 것 고치기 싫다고 떼쓰던 아이들이 이제는 문제집 한권을 완벽히 끝내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저는 결심했습니다.

'수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기 이전에 '태도'를 먼저 가르쳐야겠다.



이 태도가 바뀌지 않는한 이 아이들의 성적도 바뀌지 않고, 이 아이들의 인생도 바뀌지 않겠구나.

세상 어디에도 아이들의 태도를 바꿔주기 위한 교육은 없구나. 왜? 너무 힘든 과정이니까.

하지만 근본을 바꾸지 않은채 결과로 드러나는 점수에만 연연하는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아이들의 잘못된 표면적인 행동을 바라보기보단,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인 '마음'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집중을 안하면 "집중하자!!"가 아닌 '이 아이는 집중력 한계가 30분이구나, 쉬는시간을 쪼개서 2번으로 바꿔볼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공식을 설명하기 전에, 그 아이의 표정과 어떻게 앉아있는지,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문제를 읽지도 않은채 "하나도 모르겠어요"라고 말을 하는 중1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더 생각해봐" 라고 말해도 "모르겠어요~"라고만 하던 아이.

숙제를 안해오고선 책을 잃어버렸다, 숙제가 사라졌다.. 온갖 핑계를 대는 아이.

숙제 하기가 얼마나 싫으면 숙제 2장 사이를 풀로 붙여서 1장으로 만들어 온 아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화를 내봐도, 달래봐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던 아이에게 잔소리 대신 이렇게 말했습니다.



"00아 공부하기 너무 싫지? 그 마음은 나도 알아.

근데 너는 왜 공부해?~ 너 꿈이 뭐야? 넌 수학을 잘하고 싶어?

그치. 맞아 너 꿈을 위해선 수학이 꼭 필요하네.


근데 00아 공부는 내가 대신 해줄 수가 없어. 너가 스스로 배우겠다고 마음 먹어야 가능한 일이야. 나는 옆에서 도와줄뿐 모든 것은 너의 결정이고 너의 선택이야. 그리고 너가 수학을 공부하겠다고 결정을 했으면 지금처럼 해서는 의미가 없어. 결국 성적이 안 오르고 지치게 될거야. 이렇게 싫은데도 참고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나오면 얼마나 자신감이 떨어지겠어? 기왕 할거 제대로 해야하지 않겠어? 너가 잘 생각해보고 결단을 내려야해.


이건 단지 수학 공부뿐 아니라 너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뭘 하든간에 너무 중요한 부분이야. 너가 공부 안해도 내 인생엔 영향이 없어. 하지만 이건 너 인생이잖아. 이렇게 공부하는 시간, 너무 아깝지 않니? 널 위해 애타는 마음으로 말해주는거야. 내 진심을 알아주면 좋겠어. "



이 말을 듣고 놀랍게도 그 날 이 학생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평소에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다 까먹었어요"라는 말만 수업 내내 반복하던 학생이었는데 그 날은 스스로 혼자 5장이나 풀었고, 다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하나도 모르는게 아니라 다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날 수업 후, 전 이 아이에게 스스로 숙제를 정하라고 했습니다.



"너가 얼만큼 해올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정해봐. 그리고 스스로 정했으면 그건 꼭 지켜야해. 알겠지? 이건 우리 둘의 약속이야. 약속은 꼭 지켜야해! 그러니까 잘 고민해서 숙제 정해봐"



항상 숙제 1장만 내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였는데, 이날 스스로 3장 풀겠다고 하더라구요.



전 이 날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필요했구나.

너 왜 공부 안해! 대체 어쩌려고 그러니! 공부좀 하자! 라며 자신의 '선택권과 의지'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너도 공부 해야하는거 알지? 근데 쉽지 않지? 그래도 선택은 너의 몫이야' 라며 자신의 선택을 믿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

아이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 앞에서 힘을 얻고 노력을 하더라구요.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아이의 변화를 보고 전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제 짧은 노력으로 한 번에 바뀌진 않았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정말 놀랍게도 아이들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저는 비록 '수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지만 스스로 '나는 교육자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꿈은 정말 멋진 교육자가 되는 것이거든요!


아이들이 저와 수학을 공부하면서 단지 수학 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을 지탱해줄 단단한 태도를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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