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모로 누워버린 기억
by
소라
Apr 12. 2024
모로 누운 기억.
한껏 빛을 받아 따스해진 시간에
아픈
아빠를 보러갔다.
한 때는 내내 업혀 자장가를 들었던 그 등 언저리가
이제는 닿으면 으스러질 것만 같아 조심스럽다.
불러도 대답하지 않을까봐
불안한 고요 속에서
정적을 깨버리는 투박한 발걸음이
나는 반갑다.
아빠는
작은 약병에 의지해 한 곳만 응시하고
있다.
무엇에 기대고 있는 건지
어느 기억에 의존하고
있는 건지
자꾸만 다른 시간 속에 서서
바로 선 기억을 잃는다.
기억을 잃은 자의
불면의 밤
하얀 알약 한 개 반 추가
그래도
잠은 오지 않아
몸을 계속 일으킨다.
그러나
기억은 모로 누워버린다.
keyword
기억
아빠
고요
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소라
직업
강사
소라의 브런치입니다. 나이 먹음이 좋은 이유가 여유라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아직도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저를 구하고자 글을 씁니다.
팔로워
4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흔적
애쓰지 마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