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누워버린 기억

by 소라


모로 누운 기억.

한껏 빛을 받아 따스해진 시간에

아픈 아빠를 보러갔다.

한 때는 내내 업혀 자장가를 들었던 그 등 언저리가

이제는 닿으면 으스러질 것만 같아 조심스럽다.

불러도 대답하지 않을까봐

불안한 고요 속에서

정적을 깨버리는 투박한 발걸음이

나는 반갑다.

아빠는

작은 약병에 의지해 한 곳만 응시하고 있다.

무엇에 기대고 있는 건지

어느 기억에 의존하고 있는 건지

자꾸만 다른 시간 속에 서서

바로 선 기억을 잃는다.

기억을 잃은 자의

불면의 밤

하얀 알약 한 개 반 추가

그래도

잠은 오지 않아 몸을 계속 일으킨다.

그러나

기억은 모로 누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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