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다

by 소라

항구는 삶의 흔적을 유난히도 많이 드러내는 곳.

그래서 비릿한 냄새가 나는 항구를

유독 좋아한다고 많이 얘길했었다.

숙소 앞 항구는

장호항이후 처음인데 그때처럼

우연히 만났다.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하고

배도 들썩이지 않는 곳.

바람이 불지 않아 더 고요했다.

저 배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밧줄에 계속 눈길이 간다. 배 앞머리. 주인의 손길을 탄 것처럼 얌전하다.

성난 바다에 끌려가지 않으려 몸부림칠 때와는 참 다르다.

나도 평온할 때는 그렇겠지. 어디에도 없는 편안한 모습으로 삶을 대하겠지. 그러다

파도를 만나기라도 한 날에는 내 손을 잡아달라 생에 대한 집착을 보이겠지.

그러한 때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해지겠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달라진다는 걸.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렇게 달라진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있다.


쌓고 쌓고 또 쌓고.

마음 속에 켜켜이 쌓아둔 것들

함께 철푸덕 앉아서

풀어내다보면

사랑하고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저 수많은 망들 안에 쪼그리고 웅크리고 있었을

우리의 고단함에

수고했다 고생했다 쓸어내리는 마음이

곁에 있어

오늘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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