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에게

by 소라

아주 오래 전 그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결혼을 하고 결혼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생각을 해 보면 그 사람은 내게 단 한 번도 정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일수록 짜증을 쉽게 내고 화를 내고 사과는 도통할 줄도 모르는 내게 하나씩 알려주고 기다려주고 맞서기보다는 한발 뒷걸음질 쳐서 내 마음이 가라앉길 기다려주었다. 항상 소중하게 안아주고 귀하게 여겨주던 손길이었다. 많이 사랑받는 걸 알면서도 그땐 왜 그렇게 고맙게 여기질 못했나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전영애 선생님의 인생을 배우다 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어차피 만나고 갖가지 이유로 만나지만 몸에 배인 정중함, 존댓말이 남기는 인상은 깊고, 그렇게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이렇듯 유독 각별한 것 같다. 라는 문장이었다. 그 사람은 항상 내게 존대를 했고 화가 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늘 '내가 미안해요' 로 응수했다. 성질이 급하고 불같던 내가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늘 그리 대답을 해서 답답해하기도 하고 제풀에 지치기도 했지만 그 사람이 그리했기에 나는 지금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고 화를 덜 내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집안에 일이 생겨도 항상 내 집의 아내부터 챙기는 그 사람 덕에 나는 늘 가족들로부터 존중받는 사람이었고 거친 파도같은 일이 생겨도 보호받는 존재였다. 그 사람이 어디를 간 것도 아니고 지금도 내 곁에 있는데 지금 이리 다시금 그 사람을 보게 된 것은 정중함과 존댓말이 남기는 인상에 대하여 쓰신 전영애선생님 덕이었지만, 꾸준히 나를 귀히 대해준 그 사람이 있어서가 아닐까. 정중함과 존중이 담긴 손길과 따뜻한 말이 지금껏 나를 이끌어주고 세상을 버티게 해 준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하니 새상 눈물겹게 그 사람에게 고맙고 다시 한 번 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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