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라 Jul 13. 2021

서울에서의 첫 작품 [집도절도]

작품과 비하인드 스토리 (3)

시나리오 작품 계약을 하고 나는 서울로 이사를 왔다.

그때가 2006년 겨울.

2007년 1월에 영화사 타이거 픽쳐스와 계약을 했다.

그때, 누군가는 내게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말했다.

극작가가 되었을 때도 나는 지망생이라는 시기를 겪어 본 적이 없었고, 시나리오 작가로 계약할 때도 나는 지망생이라는 시기를 겪어 본 적 없었다. 

또 다른 지면에서 이 스토리를 적겠지만 우선 타이거 픽쳐스의 작가가 되고 나서 나는 그곳에서 황산벌의 조감독이었던 이성호 감독님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타이거 픽쳐스는 그 당시 왕의 남자와 라디오 스타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님이 소속해 있던 회사였다.


이성호 감독님은 그 당시 감독 입봉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나의 방에는 왕의 남자 조감독님과 그리고 배우 정진영 씨가 있었다. 그 당시 정진영 씨는 따로 소속사가 없었고 늘 그 영화사에서 커피를 내리며 컴퓨터를 보셨다. 그때 나의 감동은 대단했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촌년이 연예인과 함께 작업실을 쓰다니.... 심지어 배우 정진영 씨는 내게 자신이 직접 내린 드립 커피를 가져다줄 때도 있었다.


아무튼, 그 당시에 나는 꽤 외로웠다.

서울로 올라와 후배의 집에 얻어 살면서 매일 충무로 영화사로 출근을 하였고

그때 나를 살갑게 대해 주신 분이 바로 이성호 감독님이셨다.


"작가님은 배우 누구 좋아해요?"

그게 감독님의 첫 질문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안내상요. 그분 얼마 전에 단막극 봤는데..... 연기 너무 좋아서요."


그러자 그 감독님은 씩 웃었다.

그리고 한 달쯤이나 지나서였다. 

그 사이 그 감독님은 내게 대학로의 모 배우를 소개해줬다.

그 배우는 내게 작품을 원했고, 나는 그 배우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작품을 추천하였고 그렇게 대학로에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감독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이 작가님 어디세요?"

"저 대학로에 있는데..... 왜요?"

"아... 그럼 대학로 림스 치킨 앞 지하에 있는 술집으로 오세요. 빨리 오세요."


다행히 대학로에 있었던 나는 웬일이지? 하며 그가 말하던 술집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안내상, 이문식, 이종혁, 김광식. 박윤호 등의 배우들이 있었다.

대뜸 감독님이 말하신다.

"울 회사 작가님인데 연극판 출신이야. 유명해. 만화방 미숙이 작간데. 형 팬 이래~"


완전 덜덜덜 떨렸다.

대학로도 내게는 신기했었고, 그리고 티브이에서 보던 배우들도 신기했었다.

한참 그들과 함께 술을 먹는데. 그 모임이 바로 라이어 모임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박윤호란 배우는 그 당시 내 작품 [집도 절도]를 자신의 극단에서 하기 위해 나와 미팅하고 있었던 배우였다.


그때 알게 되었다. 라이어란 작품이 지금의 라이어가 되기 위해서 이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그날은 그랬다. 라이어도 집도 절도도 다 필요 없고 유명 배우들과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다는 설렘.

그 설렘이 가장 컸었다.

더군다나 안내상 씨가 2차 [이 몹쓸 그립은 사람아]라는 술집에서 한 말이 멋있었다.

이종혁 씨가 술값을 계산하기 위해 일어나며 말했다.

"2차는 내가 낼께. 나 요즘 돈 많이 벌어~"

그러자 안내상 씨가 말했다.

"야.. 너 싸이더스에서 많이 떼는 거 같던데. 난 아직 무소속이라서 내가 더 여유로울 거 같다. 내가 낼게"


내가 본 대학로의 대구의 연극판과 달랐다.

유명해진 사람들이 다시 연극판으로 와서 서로 술값을 내며 어려운 시절 동거 동락한 동지들에게 술을 사주는 그런 정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 다짐했다. 나도 유명해지면 이 대학로 길목에서 골든벨을 쳐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나도 대학로에서 작품을 올려야겠다. 

그렇게 맘먹고  열심히 내가 가진 희곡을 팔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 내 작품 중 서울행 첫 작품은 [집도 절도]가 되었다.


물론 대학로는 아니었지만 명동의 삼일로 창고 극장에서 한 코미디 페스티벌의 참가작이 된 [집도 절도]

그게 나의 서울 첫 작품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연극 [집도절도]를 집필하게 해 준 집주인 노부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