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차 쓰고 병원 가는 날
오늘은 병원을 가기 위해 월차를 냈습니다.
요식업계에 일을 하면서 월차를 낼 수 있는 직업군이 흔하지 않습니다.
20대부터 식당업을 간간히 해왔고. 친정의 오빠가 요리사의 직업을 가지고 있던 터라 요식업계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 알고 있었죠.
그 당시만 해도 텐투텐이라 하여 10시 출근 10시 퇴근이었고, 한 달에 2번의 비번이 있었죠.
주말에는 쉴 수가 없었고 한 달에 두 번 가지는 비번도 평일에만 가능했었으니까요
뭐 근데 돌아서 생각해 보면 지금도 12시간 가까이 근무하네요. 훗~
제가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퇴근하는 이유는 저 혼자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50여 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 밥과 국, 그리고 김치 외 메인 반찬 하나와 야채 하나 튀김 하나 정도면 서두르면 2시간이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11시 45분 식사 시간인데 8시에 출근하는 이유는 입사하고 한 달안에 두 번 넘어졌습니다.
넘어지고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났고 약간의 통증만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만약 그게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면 그날 직원들은 낭패를 봤겠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즐기면서 요리해야겠다 맘먹고부터 8시 출근 시간을 기준으로 기상한 답니다.
물론, 힘듭니다.
출근해서 침대가 있는 휴게실에서 낮잠을 잔다면? 잠을 자지 않더라도 눕기라도 한다면 다시 일어나서 일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웬만하면 눕지 않습니다. 휴게시간을 즐기기보다는 앉아서 폰으로 영상을 보는 일을 택한답니다. 그러다 보니 11시간을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눕기 바쁘답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월차를 쓴 날이거나. 일요일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새벽 5시에 출근한답니다.
왜냐면 조식준비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전 지금의 직장이 좋습니다.
매일, 매끼 다른 메뉴를 요리하는 일도 좋고, 매일 밤마다 다음날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는 것도 즐겁고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어설픈 한국말로 인사하는 외노자들의 리액션도 기쁘고,
그래서 노동이 힘들지만 잘 버티고 있답니다.
잘 버티고 있다 보니 부쩍 몸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프지 말자. 약을 꼬박꼬박 먹자.
20년 가까이 전업작가로 살면서 늘 책상 위에만 앉아있고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조차도 매일이 달랐던 저의 삶에 이런 규칙적임이 처음에는 한 치수 작은 운동화 같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웃기죠?
저를 알고 있었던 친구들이 놀랄 정도랍니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저, 차 타고 훌쩍 다른 도시 오일장을 구경 가고 인근 모텔에서 자는 것에 거리낌 없었고
조금이라도 돈이 들어오면 훌쩍 제주도를 가거나, 북경에 가는 정말 보헤미안 같은 삶을 살아온 제가 직원식당의 조리사 일을 근 2년째 하고 있다는 것. 물론 지금의 회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제가 그런 삶을 이년 동안이나 지켜왔던 것을 모두 놀라워하고 있답니다.
분당서울대 병원에 가서 진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회사를 가서 미리 조식준비를 해놓고 올까 생각하다가 휴일은 휴일처럼 즐기자 생각하고 혼밥을 할 식당들을 찾아갔으나 다들 문이 닫혀 있거나 웨이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집에 와 라면에 계란 두 개라는 호사를 누려봅니다.
꽤 재미있습니다.
일이 재미있다는 게 쉽지 않은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답니다.
자기 직업이 좋아하는 일이면 세상 더한 행운이겠죠?
그런데 왜 글 쓰는 일은 좋아하는 일인데도 힘이 들까요? ㅋㅋㅋ
월요일 회의를 위해 빨리 대본 2부를 써야 하는데....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놀다가 끝났네요.
음.. 그냥 이건 손흥민 때문이라고 말해버리려고요.
우승 때문에 아직도 전 국뽕에 취해있기만 했네요.
대본은 내일 열심히 쓰는 걸로 할게요.
아.. 근데 내일 특근이네요~~~
일찍 집에 와서 무조건 엉덩이 붙이고 글 쓰려고요.
다음 별책 부록은 독자님들이 원하는 메뉴로 레시피 올려드리고 싶은데
댓글 다시는 분들이 없으시겠죠? ㅎㅎ
그래도 혹시나 궁금한 음식 레시피 있으시다면 올려보세요~~~
다들 불금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