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좋다
몇 해 전의 일이었다.
나의 브런치 스토리에는 '카카오와 거리두기'라는 글이 있다.
그 글의 내용은 비정규직인 작가로서 카카오 선물하기 기능이 꽤 부담스러워 카카오로 오는 모든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그걸 꽤 악착같이 지켰다.
유명 스타의 매니저, 가까운 친구들, 가입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회원들 내가 아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나의 생일날 오는 선물들이 적지 않았다.
스타벅스 커피 20잔, 제일 만만한 커피 두 잔과 케이크 한 조각, 혹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치킨, 올리브영의 상품권등 꽤 많은 선물들이 들어왔고 난 그 선물들을 딸과 여동생에게 전달해 줬다.
커피는 내가 내리는 커피가 제일 맛났고, 케이크는 사실 그다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었기에 쓸 일이 없는 것들이라 그런 걸 좋아하는 동생에게 주로 캡처해 건네주었는데 이 것들이 빚이 된다는 걸 알았다.
생일 알람을 그냥 못 지나치게 되고 그때가 되어 내 통장에 돈이 없으면 모바일 결재를 해 가며 그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내가 안 받아야지 이 부담이 없어지겠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내 의지를 지킨 지 3년이 넘었기에 이제 더 이상 내게 카카오로 선물하기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천으로 이사를 오고 다시 이사를 가 현재 여주에서 살고 있다.
가까운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서 서울을 가게 되면 왕복 3~4시간, 가서 식당에 들어가 밥이나 술을 먹게 되면 대략적으로 5만 원에서 10만 원의 지출을 한다.
차를 몰고 여주로 내려올 때면 졸음이 쏟아지고 나의 꿈같은 휴일이 힐링으로 끝나지 않고 고된 노동으로 끝난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주말에는 작업이나 회의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서울을 가기 힘든 스케줄이 되었다. 그러다 문득 배우생활을 접고 가족들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후배가 생각이 났다.
후배와 함께 그녀의 어린 신부와 딸들이 떠 올랐다.
나는 카카오로 설빙의 빙수 메뉴들을 선물로 보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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