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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있는 친구랑 겸상 안 하는 이유

by 말라

오늘은 나의 직업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조리사로 겸직하게 되면서 그리고 이 조리사 일이 일반 식당 주방장이 아니라 직원식당이나 특정한 다수에게 제공되는 함바식당 그리고 일정한 가격을 내고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는 뷔페식당이다 보니 직업병이 생기게 되었다. 그건 바로 식탐 있는 사람에 대한 경멸이다.

뷔페식당에서는 사실 주방에서 누가 얼마나 먹는지 어떻게 먹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홀이나 카운터를 보는 사람들만이 느낀다. 그러나 직원식당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조리를 마치고 이후부터는 배식을 책임져야 하니까 사람들이 얼마나 먹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우선 식탐이랑 대식가는 조금 다르다. 원래 밥도 많이 푸고 반찬도 많이 푸는 사람은 크게 밉지가 않다.

그러나 특정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에 집착하여 뒷사람 배려 없이 엄청난 양으로 가져가는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그 일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식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아니, 아직도 식탐이 있다. 절대 과거형으로 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지금은 손절했지만 내가 한 때 친했던 후배 남자 배우가 있었다.

그의 집에 어머니는 지역 미인대회 출신이고 아버지는 의사이고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사자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즉 먹고살만한 집안이라는 거다.

키도 크고 음식도 잘 먹는 그 아이는 잘 먹다가도 어느 순간 밥숟가락을 놓는다.

"그만 먹을 거야?"

"배불러서 내일 먹으려고요"

"야~ 치킨 내일 되면 맛없어. 그냥 먹어~"

그러자 그가 한 말이 이십 년이 된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우리 엄마가 미스 경남 출신이거든요. 근데 엄마가 저보고 많이 먹으면 항상 하던 말씀이 있었어요. 너 오늘만 살래? 너 살면서 평생 먹을 건데 왜 지금 다 먹으려고 해? 배가 부르면 무조건 수저를 놓고 남겨. 다시 배고파지면 먹으면 되잖아. 배가 부를 때까지 먹는 건 굉장히 무식한 짓이야. 배가 부르기 전에 허기가 가시면 그냥 그만 먹고 몇 시간 뒤에 또 먹어~ 한꺼번에 위장에 욱여넣는 사람들은 지금 안 먹으면 다음에 또 먹을 수 없는 사람들만 하는 거야."


그 말을 듣고 그때부터 나는 사실 식습관을 조금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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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 의 작가, 요리하는 극작가, 극작하는 요리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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