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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당연한 것이 그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도

지인이 사기꾼이 될 수도 있는 인생

by 말라

2022년 서울 창동에서 살고 있을 때, 문득 그가 생각났다.

나의 이십 대에 알게 된 그.

순간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그의 연락처를 알아냈고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아니 그들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으로 갔다.

정말 십 년도 넘게 만에 만났던 그들이기에 우리는 반가움에 지난 이야기를 했고, 예술가였던 그는

해외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낡았지만 규모가 꽤 큰 한식뷔페. 그곳에서 악착같이 장사하여 꽤 많은 돈을 모았다고 말하는 그.

그 부부와의 인연은 고향 대구에서부터였고 그 이후에 우연하게 포천 산정호수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서 꽤 찐한 사이가 되었지만 그들의 출국으로 인연이 끊어졌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아직도 작가 생활을 하면서 돈과는 인연 없어 보였던 나를 측은해했었고, 나는 예술을 하면서도 항상 돈이 많았던 그를 부러워했었고 뭐 그렇게 우리의 짧은 재회를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식당 장사를 하기 싫다 하는 그와 음식장사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고 더 이상 글 쓰기가 싫었던 나는 그 가게를 인수하기로 했다.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권리금을 분할해서 내도 된다는~ 그의 말에 나는 식구들을 모았고 그렇게 가진 것 없이 그 가게를 인수하게 되었다.

물론, 인수하기 전에 나는 결정을 번복했었다.

그러나 그 인수를 결정했던 가족 중 한 명이 계약이 취소될 경우에 입게 될 손해 때문에 무리하게 감행했다.

그리고 몇 달 지나 약간의 금액을 깎아서 남은 권리금을 다 주었다.


계약을 하기 전 우선 이사부터 결정한 나는 그곳 식당뒤에 있는 컨테이너로 만든 사택에 들어가고부터 실망의 연속이었다.

그 해 가장 추운 날씨였던 영하 14도에 이사를 했고, 이사한 컨테이너는 곳곳에 쥐약과 쥐덫이 있었다.

그리고 주방 안 고장 난 냉장고 안에는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가 있었고, 식당은 지저분 하기가 도를 넘었고 10년 동안 쌓아 놓은 쓰레기들은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빈 식용유 말통부터 별의별 쓰레기들이 다 쌓여 있었다. 그때 나는 왜 아직까지 그들은 이걸 치우지 않고 있을까? 궁금했었지만 계약날이 되면 치우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계약날까지 장사를 하던 그들은 남은 재료를 악착같이 쓰고 그들이 십 년 동안 쌓아놓은 쓰레기들을 처리해주지 않고 그냥 갔다. 정말 자신들이 쓸 물건들만 빼 들고 갔다.

심지어 입던 속옷까지 버려놓고 갔다.

냉동창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나 썩은 재료들까지도 남겨두고 정말 모든 것을 버리고 갔다.


그 들이 가고 나서 나와 가족은 멀뚱히 앉아 마주 보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헛웃음만 냈다.

너무 하다는 말조차 서로 눈치 보여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폐기물 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모든 것들은 돈 주고 버려야 했다. 다 버릴 수도 없었다. 그 양이 어마했다.

모든 장비들은 십 년이 넘거나 가까이 된 것들이다 보니 하루에 한 개씩 고장 나기 시작했다.

심야 보일러도 고장 나고, 물탱크도 고장 나고, 냉장고 에어컨. 난방기까지 고장 날 수 있는 것들은 한 개씩 고장 났다. 쓸만한 장비들은 너무 더러워서 세척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들은 쓰레기봉투를 아끼기 위해 쓰레기는 태우고, 음식물은 갈아서 흘려보냈다.

우리는 차마 그러질 못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쓰레기를 인수한 것이었다.

그 달에는 하루 백 명 정도의 손님이 왔었다. 하루에 14시간 문 열어서 백 명 정도를 받는 가게.

그래 손님이 권리금이지 하며 우리 가족은 서로 말하지 않았다. 팔천 원짜리 한식 뷔페에 백 명을 받아서 세 명이 노동하는 것은 답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미친 듯이 열심히 했다. 욕 할 시간에 일하자!

가까운 사람에게 인수받은 가게이기에 뭔가 욕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살 수 없었던 곳이었다. 밤에는 손바닥 반 만한 바퀴벌레가 득실 했고, 여름에는 깨진 타일 사이로 지렁이들이 수백 마리 기어 나왔다. 눈치 없는 쥐는 카운터와 주방, 홀을 뛰어다녔다.

마지막에 인수하지 말자라는 내 결정을 무시했던 가족들에게 눈총을 줄 수도 없었다. 왜냐면 내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내 앞에서 그들 부부를 욕하기 미안했던 가족들이지만 끝끝내 나는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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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 의 작가, 요리하는 극작가, 극작하는 요리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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