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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통행이 길면 되돌아보게 된다.

내 시간과 감정을 헤프게 쓰지 말자.

by 말라

오늘은 휴일이라 오래간만에 서울에서 가깝게 지냈던 후배와 통화를 했다.

서울 살 때는 매일 봤던 사이다. 가끔 직장일로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봤던 후배이다.

밤새 전화통화를 붙잡고 서너 시간 수다를 떨기도 하고, 집에서 만나 매일 같이 밥을 먹기도 하던 후배.

내가 여주로 내려와 살 면서 그녀와 이런 시간을 가지지 못한 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우리의 관계는 한결같았다. 한 달 동안 전화통화를 못하더라도 우리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굳건했다.

간만의 통화로 수다를 하다가 이번 달 말에 서울행 약속이 있다며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고 전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한다.

"언니~ 그럼 00네도 같이 봐요?"

00네는 그녀의 집 근처에 살고 있는 후배커플이다.

"아니. 이번에는 우리끼리만 잠깐 보자."

그러고 나서 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몇 달 전 그들의 집에 방문하여 얼굴을 보았고, 그다음 달에 다시 만나기로 했으나 양쪽의 사정으로 약속을 뒤로 미루었고 나는 다음 만남을 여주에서 보자고 했다. 언제든 주말에 시간이 되면 내게 연락해서 넘어오렴이라는 마지막멘트를 끝으로 우리는 그 뒤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다시 연락을 해서 만남을 정하게 된다면 그들은 거절할 수가 없이 만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친구와 친구, 가까운 선후배들의 만남은 쉬운 게 없다.

상대를 위해 나의 시간과 혹은 돈을 써야 한다.

누군가는 그게 기꺼이 쓸 수 있는 만남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내가 움직이면서까지 돈과 시간을 써 가면서 까지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관계에는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지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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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 의 작가, 요리하는 극작가, 극작하는 요리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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