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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는 구구절절할 필요가 없다.

예쓰맨, 예쓰우먼이 되지 말자.

by 말라

30대에서 40대가 될 때까지 나의 좌우명 일 번이 있었다.

새 해마다 올해는 꼭 지켜야지 하는 대략 열 가지 인생 좌우명을 적어 놓는 버릇이 있었고 거기에 첫 번째 문장이었다.


모든 부탁은 우선 거절하고 보자


이 말인즉슨, 나는 그 당시에 예쓰우먼이었다.

물론, 이런 나의 생활습관이 완벽하게 고쳐진 것은 아니나 어느 순간 나는 적시 적 때에 거절하는 사람이 되었다. 20여 간의 노력이 만든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거절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니 시쳇말로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란 말은 정말이지 공감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누가 나에게 가방을 빌려 달라고 한다. 그랬을 때 내가 싫어~라고 말하면 그 상대가 왜?라고 묻는다. 여기에 만약 대답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말리는 것이다.

'나 그 가방 좋아해서 나도 소중하게 들고 다녀'라고 하면 상대는 '나도 조심스럽게 다룰게 빌려줘~ '가 되고, 혹은 내가 왜라는 대답에 '그거 내가 막 쓰고 다녀서 더러워 부끄러워서 빌려주기 그래~ '라고 말하면 상대는 '내가 닦아서 쓸게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럼 나는 그 말에 다시 거절할 대답을 찾아서 또 해야 한다.


싫어라는 말에 왜?라고 되묻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염치란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럼 사람과는 그 어떤 거래도 하면 안 된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싫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구구절절한 설명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그 사람과 손절해야 한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다.

그냥 취향을 알아보는 질문의 경우에는 왜?라는 되물음은 알아가는 과정이다.


"너 가지 좋아해?"

"아니. 싫어!"

"왜?"

"색깔이 너무 형광스러워서~"


우리 사회는 너무 이상해져 버렸다.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부탁을 하는 이에게는 예의와 매너를 따지지 않으면서 그걸 거절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많은 예의와 매너를 따진다.

싫어서 싫다는데 싫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설명하지 않고 싫다고 하면 나는 나쁜 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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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 의 작가, 요리하는 극작가, 극작하는 요리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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