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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에 인색한 사람

by 말라

일요일은 출근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집에서 컵라면과 햇반에 참치캔과 같은 간단한 한 끼 식사 정도는 해 먹는 편이었으나

얼마 전에 냉장고 한 대를 당근으로 팔아버리며 다짐한 일이 있다.

그 한 끼조차도 해 먹지 말자. 집에 절대~ 식재료를 사두지 말자.

과일을 박스 단위로 사거나, 우유를 사 두지 말자.

그래서 생긴 루틴은 동생이 일하는 가게에 식재료를 사가지고 가서 같이 밥을 먹는 것이었다.

물론 그냥 가도 언제든지 한 끼 식사를 제공해 주는 친한 집이지만

장사를 해본 나는 안다, 음식 파는 사람들은 남이 해준 음식이나 자신의 가게에서 팔지 않는 다른 음식이 제일 맛나다는 것을, 그렇기에 나는 그 가게에 가서 그 집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해준다.

얼마 전에는 홍게를 사서 홍게 라면을 먹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삼겹살구이를 먹기도 하고, 포항에서 보내준 과메기를 먹기도 하고, 음식이 생기면 동생과 나는 이곳에 와서 같이 먹는다. 생기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자주 해 먹는데 가장 자주 해 먹는 것은 육회이다.

내가 육회를 좋아하기에 육회거리 십만 원 치를 사서 가면 일곱 여덟 명의 식구들이 육회를 국수처럼 먹을 수가 있다. 그렇게 몇 번을 먹었기에 오늘 저녁에도 육회와 낙지 탕탕이를 같이 버무려 먹어야겠다 생각했고, 이미 동생은 고등어 무조림을 해 먹으려고 어제 장 본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준비한 음식은 굴밥과 고등어조림, 육회였다.

생낙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결국 낙지 탕탕이는 포기했다.


보통은 아침을 이런 것 들고 거하게 해 먹는데 오늘은 저녁 메뉴로 잡았고 5시경에 가게로 갔다.

어라~ 그런데 오늘도 붕어빵 사장님이 와 계신다.

여기서 붕어빵 사장님은 동생이 일하는 가게의 남자사장의 지인이시다.

늘 일요일 아침마다 와서 내가 하는 특식을 먹는 분이다.

물론 같이 먹기로 한 멤버는 아니었으나, 우연찮게 내가 특식을 차릴 때마다 그분은 오셔서 공짜밥을 드시고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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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 의 작가, 요리하는 극작가, 극작하는 요리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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