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 (5분짜리 드라마 대본형식)
s#1. 양꼬치집 / 저녁
6시 30분을 가리키는 카운터 위 시계
밀대로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양꼬치집 사장
이때 출입문 종소리와 함께 호들갑스럽게 들어오는 리사
리사: (주방 쪽으로 가며) 얼음~ 얼음~ 나 얼음 한 컵만~~
주인: (주방을 보며 큰소리로) 게이타 삥콰이!
리사: 삥콰이 삥콰이! (테이블의 수저서랍을 열어 물티슈를 꺼내어 온다)
물티슈 두 장을 주방 연결 선반 위에 펼치면 얼음 한 컵을 주는 여자의 손.
얼음 세네 알을 물티슈 위에 올려놓고 감싸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눈에 가져다 댄다.
주인: 야~ 니 눈이 어째 그래 부었니! 집에 들어가서 또 마셨나?
리사: 실연당했는데 그 정도는 먹어줘야지. 근데~라면은 끓여 먹으나 생으로 먹으나 붓나 봐!
주인: 누가 보면 결혼 날짜 잡아놓고 엎어진 줄 알겠다. 꼴랑 3일 사귀고 헤어졌는데 술을 뭐 그리 마시나! (밀대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며) 이 시간에 왜 왔니? 오늘 쉬는 날 아이나?
리사: 몰라 미친놈이 실연 기념으로 소개팅 시켜준다고 여기로 약속 잡았데.
주인(E): 착한 친구구만. 뭐가 미친놈이니!
리사: 내가 정확하게 오늘 새벽 1시에 여기서 헤어졌는데 굳이~여기서 소개팅을 잡는 거는 나 멕이는 거 아니야?
주인: (주방에서 얼굴을 들이밀며) 몇 시에 하는데?
리사: (두 개의 얼음주머니를 두 눈에 가져다 대며) 7시래. 삼십 분 찜질하면 눈이 좀 떠지겠지?
주인: 소개팅하는 옷차림이 그게 뭐니? 화장도 안 하고, 너무 성의 없다 아이가!
리사: (얼음주머니를 떼며) 아니지. 생각해 봐. 내가 옷 잘 입는다고 살이 숨겨지겠어. 부은 눈에 마스카라 칠한다고 눈이 엄청 커지겠어. 괜히 늦게 와봐 그 사람은 기다리면서 얼마나 설레어하며 상상하겠어. 그럼 기대감이 더 커지겠지? 기대감 만렙일 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보며 혹시 저 여자가 내 테이블에 앉는 건 아닐까? 하면서 걱정할 거 아니야. (상상하며) 오~~ 상상만 해도 그 테이블에 앉기 무섭다. 그럴 바에는 나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내가 그를 지켜보겠어. 들어오는 걸.
주인: 눈이 그래 부어서 보이기는 하겠니?
리사: 삼십 분 동안~ 얼음찜질하면 가라앉을 거야! 근데 이 시간에 왜 손님이 없어. 문 늦게 열었나 봐!
주인: 손님이 왜 없니? (턱으로 테이블을 가리킨다)
주인의 시선으로 따라 쳐다보면 흥미롭게 리사를 쳐다보는 1호 남자의 모습
남자 웃는다. 웃음이 예사롭지 않다.
리사는 혹시 네가 소개팅남?이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면
남자, 표정을 읽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리사.... 조졌다 하는 표정과 함께 눈에 대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린다.
얼음주머니의 얼음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CUT TO]
테이블에 앉아 있는 1 호남과 리사
1호남: 잘 아는 가게인가 봐요.
리사: 아.. 네.. 단골집이에요.
1호남: 여기 뭐가 맛있나요?
리사: 지삼선이랑 가지합이 맛나요.
1호남: 무슨 음식인데요?
리사: 지삼선은 가지볶음이고 가지합은 가지만두. 가지튀김 같은
1호남: 가지를 좋아하시나 봐요.
리사: 네. 호불호가 있는 야채긴 하죠. 혹시 싫어하시면 다른 거 시키셔도 돼요
1호남 아니에요. 저도 가지 좋아해요.
리사: 그럼 우리 가지가지해보죠.
1호남: 네?
리사: 가지가 두 개라서 가지가지. 아 이런 농담 안 좋아하시는구나!
1호남: (웃으면서) 아뇨. 좋아해요.. 농담인 줄 몰랐어요.
리사: 다행이네요..
1호남: 근데, 이런 질문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왜 헤어지셨어요?
리사의 눈빛이 흔들린다.
s#2. [플래시백] 양꼬치집 / 새벽 12시 30분
술을 마시고 있는 리사와 전 남자 친구
리사: 좋았지?
전남친: 나 진짜 첨이었는데 너무 좋았어. 영화보다 백배! 천배! 이래서 사람들이 연극을 보나 봐~
리사: 근데 연극이라고 다 오늘 본 연극처럼 재미있지는 않아. 연극도 처음 어떤 걸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지. 내가 너 생각해서 고르고 골라서 선택한 거야!
전남친: 다음에는 니가 쓴 것도 보고 싶다.
리사: 내 건 좀 레전드급이긴 하지. 근데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자기네 가게는 월요일 쉬고, 연극은 월요일에 대부분이 쉬거든.
전남친: 안타깝다. 그리고 그 배우 후배 연기 엄청 잘하더라
리사: 아직 못 떠서 그런데 연극계에서는 알아주는 배우야. 이제 곧 뜨겠지. 참 니 생일날 그날 어차피 일정 바뀌었으니까 우리 이번에도 서울 가서 놀자. 마침 후배 생일도 그즈음이니까 이래저래 소개도 할 겸~ 어때!
전남친: ...........음.........그건 좀 그런데
리사: 왜?
전남친: 그날 엄마 전화 오면 대답하기 그렇잖아!
리사: (인상이 굳으며) 야! 여기서 엄마얘기가 왜 나와!
s#3. 양꼬치집 / 저녁
지삼선과 가지합이 놓인 테이블에서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 리사와 1 호남
1호남: 갑자기 엄마 이야기를 왜?
리사: 아니, 그 친구가 가족경영체제의 레스토랑을 하는 오너셰프인데요. 제가 거기 단골이라서 식구들이 다 아는데 우리가 사귈 때 조건이 그 집 식구들은 모르게 사귀기로 했거든요. 깊게 사귀기도 전에 알면 서로 불편하니까! 그리고 그 친구와 제가 남사친 여사친이었을 때 소개팅을 시켜줬는데 후배가 관심이 없어하더라고요. 원래 우리가 안 사귀었으면 생일날 그 후배랑 같이 보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서울에서. 근데 후배랑 사귈 때는 서울 가서 놀기로 했는데 나랑 사귈 때는 서울 가는 게 싫다는 거잖아요. 싫으니까 엄마 핑계를 대는 거고!
1호남: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면서) 근데 이 가지합 되게 맛있어요.
리사: 그쵸! 제 최애 안주예요.
1호남: 그래서요, 그래서 헤어진 거예요?
s#4. [플래시백] 양꼬치집 / 새벽
놀라는 전 남자 친구
전남친: 헤어지자고?
리사: 응. 너 지금 나한테 들켰어. 니 감정
전남친: ?
리사: 너 내가 정민이랑 자만추 시켜주기 위해서 너 가락시장에 볼일도 없으면서 월요일마다 가락시장 장 보러 간다는 핑계로 정민이 만났잖아. 그리고 걔가 바빠서 못 나온다고 하니까 니 생일날 생일 핑계로 걔랑 만나기 위해서 나까지 동원시키기로 했는 정성이 왜 나랑 사귀는 중엔 없어진 거지?
전남친: .....
리사: 왜? 이해 못 하겠어? 내가 정리해 줘? 사람은 말이야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가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어질 수도 있어. 그런데 스파게티집이 문을 닫아서 라면을 먹게 되면 스파게티 만 오천 원은 안 아깝지만 라면에 오천 원은 아까워. 그게 사람심리야. 넌 내 후배 정민이를 꼬시기 위해서 서울 가는 건 안 귀찮은데 나를 위해 서울 가는 건 귀찮고 피곤해. 그게 지금 너의 심리야. 근데 우리가 사귄 지 6개월이면 그거 이해해. 근데 이제 3일이거든. 그럼 나 이 연애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소리선행: (1 호남의 박수소리)
s#5. 양꼬치집 / 저녁
박수를 치는 1 호남
1호남: (술을 따라주며) 대박! 완전 멋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헤어진 거예요?
리사: 네. 내가 헤어지자고 했지만, 내가 차인 거예요.
1호남: 멋있다. 그 남자분도 되게 쿨한 거 같아요. 그쪽도 그렇고. 뭔가 멋있게 헤어지는 거 같아요.
리사(NA): 아니다. 나는 쿨하지 못했다. 다만 처음 만난 이 남자에게 그날의 대사를 다 말하고 싶지 않았다.
1호남: 안 붙잡아요?
리사: 안 붙잡더라고요. 아마 제 말에 자기가 몰랐던 감정을 알아 버린 거겠죠. 그게 더 비참하더라고요.
리사(NA): 사실은 붙잡을 마음이 싹 달아나는 정 떨어지는 대사를 쳤기 때문이다.
밑찬으로 나온 볶은 땅콩을 집다가 떨어뜨리는 리사.
젓가락질을 못하는 리사를 위해 땅콩을 집어 앞접시에 놓아주는 1 호남
1호남: 근데 진짜 딱 그 이유로 헤어진 거예요?
리사: 사실 몇 가지 전조증이 있었죠.
1호남: 친구로 지내다가 어떻게 사귀게 된 거예요? 소개팅까지 시켜준 남사친이라면서요.
리사: 그건 노코멘트할게요.
1호남: 네~ 그럼 전조증 이야기 해주세요.
리사: 그것도 노코멘트할게요. 비밀은 아니고..... 전 남자 친구에 대한 매너도 아니고 그냥 그 이야기하는 게 제가 좀 비참해서요.
1호남: (아쉬운 얼굴을 하자)
리사: 뻔한 거예요. 그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는구나 느끼는 그런 대목인 거죠.
1호남: (호기심 가득하게 쳐다보자)
리사: 아. 또 이 분~ 궁금한 거 못 참는 성격이시구나!
1호남: 아니 말씀을 너무 재미있게 해서요.
리사: 돈 때문이었어요.
1호남: 돈 빌려줬어요?
리사: 아뇨.. 남자의 애정도는 지갑을 얼마나 여나로 측정되거든요.
1호남: 상대가 가난하면요?
리사: 오십 대 남자가 가난하면 연애를 시작하면 안 되죠.
1호남: 여잔요?
리사: 오십 대 여자가 못생기고 뚱뚱하면 연애를 시작하면 안 되죠. 그래서 우리는 헤어진 거예요. 오십 넘은 여자인 제가 못생긴 주제에 남자에게 돈 쓰길 바랐고, 오십넘은 남자인 그는 가난하면서 상대가 이쁘고 날씬하길 바랐으니까!
1호남: 안 못생겼어요.
리사: ?
1호남: 그쪽요. 예뻐요. 귀엽고. 매력 있어요.
리사: 뭔가 위로 멘트 같은데요?
1호남: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리사: 절 좋아하는 사람요
1호남: 그럼 오늘부터 제가 그쪽 이상형이겠네요.
리사: ? 아. 그럼 우리 오늘부터 1일인가요. 사귑시다.
놀라는 1 호남의 얼굴에서 (1화 엔딩)
*[플래시백]: 과거의 장면을 회상할때 쓰는 시나리오 기법중 하나입니다.
보통 씬 안에서 회상하기에 씬을 따로 나누지 않는 편이나 읽기 편하게 하기 위해 씬을 나누었습니다.
*(NA): 내레이션의 약자입니다. 읽기 편하게 하기 위해 밑줄 사용했습니다.
*(E): 소리만 들릴 경우 입니다.
*(소리선행): 뒷장면의 소리가 먼저 나올 경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