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오늘부터 1일 (5분짜리 드라마 대본형식)
s#1. 양꼬치집 / 저녁
꼬치그릴 위에 올려져 있는 양꼬치들
리사: 월급날이 언제예요?
1호남: 10일이에요.
리사: 전 27일이에요.
1호남: 근데.. 그건... 왜?
리사: 월급날에만 이런 거 먹어요. 각자 월급날에 사주기로 해요. 일주일에 한 번 본다고 치면 그냥 주말에는 가볍게 먹거나 집에서 해 먹고.... 아. 참고로 저 혼자 살아요. 가성비 좋죠?
1호남: (웃으면)
리사: 대신 월급날에는 거한 거 서로 사주죠. 얼마를 버시는지 몰라도 월급날에 밥값으로 일이십만 원 쓴다고 생각하죠 서로~ 대신 평소에는 먹는 거에 크게 돈 쓰지 말아요.
1호남: 그거 좋네요.
리사: 제가 편의점에서 먹는 컵라면, 시골 오일장에서 먹는 어묵, 떡과 커피. 뭐 이런 거 좋아해요. 그냥 그렇게 먹는데 크게 의미두지 말아요. 대신 월급날이 있는 주말에는 서로에게 사주고 싶은 괜찮은 곳으로 가요.. 의논하지 말고!
1호남: 직업이 작가라고 들었는데.... 제가 무식해서 혹시 대화가 안 되면 어쩔까 엄청 고민했어요.
리사: 저도 무식해요. 근데 저도 고민이 있네요.
1호남: ?
리사: 저 두 달 뒤에 수술해요.
1호남: 무슨 수술요?
리사: 그건 차차 이야기하고, 제가 우리 집 키 하나 복사해 드릴게요. 저 수술할 동안 우리 집 냥이 네 머리 화장실 청소와 먹이 주는 거 가능하세요?
1호남 출장만 없으면 가능합니다.
리사 아~ 출장이 있는 직업이시군요. 그럼 그냥 알바 고용할게요.
1호남 (꼬치하나를 꺼내며) 제가 해드리고 싶은데
리사 아뇨. 불 확실한 건 이야기 하지 마세요. 전 그냥 알바 고용하면 돼요. 근데 사귀는 건 어떻게 하는 거죠?
1호남: (꺼낸 꼬치에서 양고기를 빼내기 위해 젓가락으로 고기를 민다) 영화 보고, 맛집 가고, 커피 마시고. 매일 톡 하고....
리사: 섹스는 안 하나요?
양고기를 빼내다가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리는 남자. 놀란 눈으로 리사를 쳐다본다.
s#2. 편의점/ 밤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리사와 1 호남
1호남: 근데 무슨 수술이에요?
리사:........... 성형수술과 지방제거 수술요.
1호남: 엥? 왜요. 이쁘신데 굳이. 그리고 그렇게 뚱뚱하지도 않으셔요.
리사: {내가 아무리 솔직해도 탈장수술과 위소매절제수술이라고 어떻게 말하겠냐!!!!}
리사: 생각해 보니까. 수술 후에는 음식 먹기 힘드니까 그달에는 월급날 선물을 하나씩 해주죠.
1호남: 뭐 받고 싶으세요?
리사: 전 향수를 받고 싶어요. 그쪽은요?
1호남: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전 안 받아도 돼요.
리사: 생각해 놓으세요. 그쪽이 안 받으시면 저도 안 받을래요.
1호남: 생각해 놓을게요~
s#3. 리사네 동네 인근 / 밤
논길을 걸어가는 리사와 1 호남
1호남: 근데 우리 사귀는 거 맞나요?
리사: 저 좋아하신다면서요. 아까 말했잖아요. 오늘부터 1일이라고. 중간에 저 싫어지면 얘기해 주세요. 죄책 감 없이 말하셔도 돼요. 더 좋아하는 여자분이 생기거나 해도요.
1호남: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리사: 저 만나기 전에 저 좋아할 일이 없었던 거처럼 세상에는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1호남: 저 언제든지 연락해도 되죠?
리사: 전 8시 출근 2시 퇴근이에요. 이후 수영장 오후 4시부터 연락가능요. 화요일 저녁은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영어수업 있어요.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작업이고요. 외우기 힘드실 테니까 톡에 남겨놓을게요.
1호남: 영어 강의도 하시나요?
리사: 제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거요.
1호남: 아~
리사: 기초반이에요. 그냥 배우고 싶어서요
1호남: 멋있네요.
리사: 그러려고 배우는 거예요. 영어한마디도 안 했는데 영어 배운다고 하니까 멋있어 보이잖아요.
1호남: (웃는다) 솔직하신 거 너무 좋아요. 그래서 묻는데 혹시 그쪽은 저 좋아하시나요?
리사: 이상형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든 건데 그 힘든 걸 해냈으니까 지금부터 좋아해 볼게요.
논길을 걸어오면 마치 별장처럼 지어놓은 단독주택들 몇 채가 보인다.
한참을 말없이 걷는 리사와 1 호남
1호남: 혹시 싫어하는 게 있나요?
리사: 많은데 지금은 말 안 할게요
1호남: 말하세요. 그래야지 조심하죠
리사: 조심하지 마세요. 사람은 안 고쳐져요. 사람 바뀌는 거 아니고 고쳐 쓰는 거 아니라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참아보다가 힘들다 싶으면 헤어질 때 이야기 할게요. 그냥 하던 대로 하죠. 그쪽도 나도.
1호남: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리사: 담배 안 피시죠? 제 원칙은 담배 안 피우는 남자랑은 겸상도 안 한다예요. 근데 지금 제가 사귀자고 했잖아요. 곧 담배를 끊어야 할 때가 왔고 수술 후에 다시 피게 될 수도 있겠죠. 근데 제가 담배 끊을 정도의 애정이 생기면 그때 그쪽에 요구할게요. 지금 그쪽이 내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면 난 그쪽을 안 보고 담배를 선택할 거니까요. 그래서 그쪽에게 아무런 요구도 안 할 거예요. 연애란 게 해보니까 누가 누굴 더 좋아하면 그만큼 희생이란 걸 하더라고요. 그게 충족되지 않으면 서운하고... 그니까 한번 해보자고요. 그러다가 누구 한쪽이 서운해지고 그 서운함을 채워줄 수 없으면 남이 되는 거고..... 우린 지금 아무것도 안 했지만.. 날 좋아한다니까 그거 한번 해보자고요.
고개를 끄덕이던 남자가 다시 길을 걸으려 하자 리사가 1 호남의 옷을 붙잡는다.
남자가 놀라 돌아본다. 리사를 안으려고 하는데...
리사: 저기예요.
놀란 남자가 민망한 듯 자세를 고치며 리사가 가리키는 집을 쳐다본다.
s4. 리사집, 거실 – 안방 / 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를 하며 거실문 열고 들어오는 리사
소파 테이블 위에는 오늘 아침까지 먹었던 맥주캔들이 즐비하고 무시하고 들어오는 리사.
옷을 벗어 아무 데나 던지고는 욕실에서 칫솔을 물고 나오면서도 계속 통화를 하며 안방으로 향하는 리사
리사: 아 미안. 내가 오늘 너무 다사다난했어.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부터 일일이야. 아니. 그놈이랑은 오늘 새벽에 헤어졌고, 나는 오늘 소개팅을 받았고. 그 남자와 오늘부터 일일 하기로 했다고. 스펙터클하지? 정말 드라마틱하지! 헤어진 이유? 그 새끼가 날 사랑하지 않아서. 오늘부터 일일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남자가 날 좋아한데. 그래서~ 우선 사귀어보려고! 되게 심플하지 않냐? 아~ 소개팅은 덕진이가 소개해줬어. 그 새끼가 내가 연결될 때까지 소개해주기로 했거든. 일주일에 한 명씩. 뭐 일주일에 한 명씩이나 만나. 그냥 이놈이다 싶으면 빨리 사귀어보고 결정해야지. 뭐 외모 쏘쏘하고~ 성격 좋아 보이고. 그럼 된 거지. 아 맞다. 나 그 남자한테 내 스케줄표 톡으로 주기로 했는데...... 헐! 큰일 났어. 나 그 남자 전번 몰라! 전번 교환 안 했어. 어쩌지?
놀라는 리사의 얼굴에서 (2화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