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의 아침
섬진강이 머무는 곳
왕나경
섬진강 하류, 물안개가 피어나는 아침이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그 어귀,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이 풍경은 늘 내 마음을 멈춰 세운다. 해무가 물 위에 살포시 내려앉고, 산 능선을 따라 햇살이 비추면, 누구의 붓질도 닿지 못할 천혜의 수묵화가 펼쳐진다.
나는 그곳에 산다.
섬진강이 품은 이야기, 바다가 품은 생명,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땅, 광양.
고향 하동과는 섬진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흐르며 같은 물길을 나누는, 정겹고 다정한 이웃이다.
오늘 아침, 산기슭을 타고 내려오는 해무는 마치 꿈결처럼 다가온다.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는 언제나 정겹고 평화롭다. 백로가 날아오르고, 갈매기가 맴돌며, 이름 모를 물새들까지 저마다의 언어로 바다를 깨운다.
광양만 바다 위에 펼쳐진 은빛 윤슬은 찬란하다.
삶이란 결국 이렇게 자연과 하나 되는 일 아닐까.
광양만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찬란한 철강산업의 도시이자, 매실의 고장이며, 예향(藝鄕)의 고장이기도 하다.
또한 다압매화마을을 비롯해 수어천, 망덕포구, 백운산이 감싸는 명승지들이 고요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섬진강은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 자를 써서 ‘두꺼비가 사는 나루’라는 뜻을 지닌다.
그 이름처럼 섬진강은 예부터 정령이 깃든 듯한 청정함을 품어왔다.
오염원이 거의 없어 은어와 재첩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이자, 고운 물결이 이어주는 사람살이의 길목이다.
그래서일까. 이 강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도 고요하고 온순하다. 참,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다.
아침 햇살이 강과 바다를 골고루 비추며, 어느새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물안개 걷히는 그 찰나의 순간, 나의 삶도 조금은 더 투명해지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이곳에 머문다.
이렇게, 섬진강 줄기를 타고 광양만에 기대어 살아가는 나는 참으로 복되다.
볼 수 있다는 것,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자리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