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비와 커피
왕나경
밤새 내린 비가 창밖을 두드린다.
섬진강 하류는 해무에 싸여
강물은 만조가 되어 바다와 완전히 합류했다.
세상의 경계가 지워지는 순간,
하늘과 강, 바다와 마음이
한 줄기 빗물 속에 녹아든다.
바닷새마저 날개를 접고 숨어든 고요,
간간히 스쳐가는 자동차의 바퀴 소리만
세상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듯.
창밖은 적막하고도 평화롭다.
커피를 마신다.
코끝까지 스며드는 향이
지친 어제를 지우고
오늘의 생을 새롭게 불러낸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길 위의 모든 발걸음이
편안하기를,
고향을 향한 모든 마음이
따뜻하기를.
지금, 바닷새 한 마리가
빗속을 가르며 날아올라 노래한다.
마치 잊고 있던 시의 감성을
깨워주려는 듯.
비는 그치지 않았으나
내 마음은 이미 맑아지고,
비와 강과 바다와 새가
한 잔의 커피 속에 고요히 스며들어
평온한 아침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