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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옥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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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베이글 Jan 13. 2019

첫째 아이도 걸리고 둘째 아이도 걸리고

서서히 진짜 부모가 되는 걸까?

집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난 거의 일곱살 둘째 아이의 노예다. 방방 에너지 넘치는 ++는 온몸으로 미친 듯 놀아주는 걸 좋아한다. 어제도 내 손을 잡고 빙빙 도는데 한쪽 팔을 잡아당겨라, 넘어뜨려라, 얼굴을 배에 부딪혀라 주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다 거실 너머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큰 아이 **를 보았다. 동생이 늘 선수 쳐 난리를 치는 통에 아빠를 양보하는 게 습관처럼 굳어진 것 같아 너무 짠했다. 까르르 동생 숨 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무심결에라도 듣게 한다는 게 그렇게 미안할 수 없었다. 마음 한 켠이 푹 꺼지는 듯 했다. **야~ 이리 와~ **도 돌려줄게.


기대 반 기쁨 반으로 건너 온 큰 애 손을 잡고 빙빙 돌리는데 웬열, 몸이 커 회전 반경이 안나왔다. 옴마야 **야 미안.그냥 공부나 하게 둘 걸.실망한 표정으로 큰 애가 돌아가자 다시 둘째가 개구리처럼 뛰어들어 또 돌려라 넘어뜨려라 배에 얼굴을 부딪혀라 폭풍 주문을 쏟아냈다.


아..피곤해 ++야 아빠 좀 쉬자..정말로 드러눕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둘째한테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첫째 때는 하늘로 번쩍번쩍 던지는 놀이도 많이 해줬는데. 오래 놀아도 안 지쳤는데. 애들이 번갈아 안쓰럽다가 불현듯 나 자신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청승이지.


P.S 집에 오는 순간 회사 일을 깨끗이 잊어버리려 하는데 잘 안 된다. 어느 날은 애하고 놀아주면서도 머릿속은 회사에 있다. 뭐 새로운 기획 없을까? 낼 해야 할 일이 뭐더라. 신경을 쓰면서 눈두덩 주변이 아파올 때면 애들에게 또 미안해진다. 오랫동안 잘 지켜줘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들면서 애들이 짠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부모가 되는 듯 하다. 조금은 철이 들고 어른스러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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