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하면서 말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았다.
회식, 간식, 식사, 휴식시간에 삼삼오오 모여서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남의 험담으로까지 이어져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 생기는 불미스러운 일들 말이다.
맘먹고 같이 끼어서 이야기하고 누가 그러더라 하면서 옮기는 사람.
아무 생각 없이 마음속에 있는 말이 나오는 사람.
이리저리 둘러서 빗대어 말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말을 하는 사람.
대놓고 화끈하게 싸움 거는 사람.
그냥 정보나 들어볼까 하고 조용히 귀만 기울이다 냅다 고자질하는 사람.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야기에 끼어들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유도하는 사람.
직장생활 10년쯤 되니 이런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살 찌푸려지는 경험이다.
그래서 점심을 혼자 먹기 시작했다. 점심은 어차피 점만 찍는 것이 아니랬는가. 이래저래 요기만 하면 되니까 음료수 한잔, 샌드위치 한쪽, 컵라면, 김밥, 유부초밥, 떡(영양떡, 개피떡, 꿀떡), 삶은 달걀, 부침개 등등....
그랬더니 처음엔 그거도 말이 많았다. 왜 혼자 먹느냐, 뭐 때문에 그러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로 궁금해하더니 시간이 지나니 묻지도 않았다.
다만 사외로 특별한 점심이 있을 때 같이 가자고 조르는 것 외에는....
점심시간, 휴식시간, 간식시간에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않으니 장단점이 생겼다.
<단점>
1. 소소한 일상생활 정보를 모르니 공감대 형성이 어려움
(누가 여행이나 휴가를 간다거나 누구네 집 애가 백점을 맞았다거나 누구네 집 애들이 유학, 대학을 간다거나 누구네 집 저녁 메뉴가 LA갈비였다 등등)
2. 다른 직원들도 내 일상생활 정보를 모르니 가끔 외로움
<장점>
1. 안 들어도 되는 정보들을 안들을 권리가 생김
(험담, 부족한 배려로 인한 서운함 등 험담)
2. 회사에 말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도 안절부절못하지 않아도 됨
3. 살뜰한 개인정보들을 모르니 험담을 하고 싶어도 못함
4. 업무시간 안 지킨다고 잔소리 안 들어도 됨
5. 적정한 거리로 내 사생활에 참견하는 사람도 없음
출근하면 퇴근할 때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책상에 붙어있어 배도 고프지 않고 식욕도 없고 또한 그거 먹는 거도 내 배에 살로 옮겨지는 거 같아서 지금은 아예 점심을 거르고 있다. 대신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독서, 인터넷 쇼핑 등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사람이 삼시세끼 먹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세끼 중 한 끼의 시간에 일어나는 경중의 사고들에 연루되어 마음 불편하게 사느니 그냥 한 끼 굶는 게 낫다.
오전 중에 귀에 피나도록 들었던 업무지시, 앞으로 다가올 오후에 벌어질 업무 진행 시 속 터지는 일들에 대비해 귀 닫고, 눈 닫고, 입 닫고 1시간이면 하루 충분한 명상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