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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미쪼 Aug 19. 2024

실컷 놀자

<주제 글쓰기-마흔 즈음에>

"갈 수 있다면 언제로 다시 돌아가고 싶나요?"

사람들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꼭 이런 질문을 하길 좋아한다.

비슷한 질문으로는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 할 건가요?" 가 있다.

세상 쓸 데 없는 질문이지만...

이런 상상으로 타임슬립 드라마가 탄생하고, 우리 사이를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내가 잘 살고 있나 생각하게 되기도 하니..

뭐 쓸데 없는 것이라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도 같다.


예전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항상 지금이 좋다고 답했었다.

20대는 불확실한 미래가 싫었고 사랑으로 상처 받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없으면 꼼짝 못하는 아기들에 매달려 살았던 30대는 더더욱 싫다.

아프면 감기약 먹고 늘어지게 푹 잘 수 있고..

바쁠 땐 카드 쥐어주고 밥 사먹으라고 할 수 있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학교에서 내 목소리도 낼 수 있는 40대인 지금이 제일 좋다.

아니 좋았었다. 작년까지..


올해 2월 몸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40 넘어가면 확 아프다던데..마흔이 넘어 3년이 지나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목이 말을 안듣기 시작해서 연극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안하던 것에 신경과 몸을 써서, 안좋은 자세로 오래 있으니 아픈가보다 했다. 

그런데 연극이 끝난지 4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목은 여전히 아프고 이제 다리가  말썽이다.

하프 마라톤을 두번 성공했던 내가 계단 한층만 올라가도 허벅지가 아프다.

다른 사람들과 공원을 돌아도 내가 제일 먼저 앉자고 이야기한다.

운동 기술은 없어도 끈기와 어거지로 하는 건 자신있었는데

이제 이것 마저도 안된다고 생각하니 슬픔이 몰려온다.

내 몸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하자, 가열차게 운동하자 결심했다.

몸에 그마나 있던 소량 근육을 다 써서 그런가보다 싶어

덤벨 운동도 해보고, 유튜브로 근력 운동 찾아 따라해보기도 했다.

그놈의 작심삼일...

금방 하기 싫고 지쳐서 며칠하다 또 안하고 있다.

정신을 차려야할텐데..


며칠 전에 꿈을 꿨다.

의사가 나에게 무슨 병에 걸렸다고 했다.  꿈이지만 내 반응이 웃겼다. 

놀라거나 슬퍼하는 기색도 없이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연극 원없이 보러 다니길 잘했네.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공연 올리고 아팠어야했는데..."


마흔 즈음에 나는..

아이들이 날 찾지 않아 편해졌고..

연극 보러 다니기를 좋아하고..

놀기에 진심이고...

몸이 좀 안좋아졌다.


지금 모든 것이 좋은데...

제일 중요한 몸이 좋지 않다.


아버님이 입원해서 책을 실컷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눈이 잘 안보이고...

엄마가 은퇴하고 피아노 배우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잘 안움직이고..

아빠가 나이들어 여행 다니려고 했는데 다리가 아프다는 말이...

이제 와 닿는다.


앞으로 점점 모든 것이 더 좋아지겠지만

건강은 점점 안좋아질 것이다.


결론은 하나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실컷 놀자. 아직 늦지 않았다.  


할머니가 되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40대지"라고 할 수 있게...

실컷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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