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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타기 부끄러워”…고가 수입차의 몰락 이유

by 이콘밍글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과 경기 침체 등 영향
작년,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판매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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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차를 바꾸려다가 관뒀어요. 연두색 번호판 달고 다니면 ‘저 사람 세금 제대로 안 내는 사람 아니야?’ 하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서요.”


서울 강남에서 IT 기업을 운영하는 김모(45) 대표는 작년 초 구매하려던 1억원대 수입 차량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른바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작년 고가 수입차 6.2만대 판매…8년 만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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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억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이 6만2,520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1% 급감했다.


이는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마이너스 성장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의 추락이다.


차량 한 대당 최소 3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의 경우 2023년 810대에서 지난해 400대로 판매량이 무려 50.6% 폭감했다.


이는 연두색 번호판 제도와 더불어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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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브랜드별 판매 순위에서는 BMW가 2만4,543대로 1위를 차지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가 1만9,529대로 그 뒤를 이었다.


포르쉐는 8,254대를 판매하며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 역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판매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난해 도입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를 지목하고 있다.


8,000만원 이상 법인차량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연두색 번호판은 일종의 ‘부자 낙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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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한 수입차 딜러는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 이후 상담은 오히려 늘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며 “특히 법인 고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부 구매자들이 차량 취득가를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이른바 ‘꼼수 법인차’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한편,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도 수입차 시장 위축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성능을 앞세워 기존 수입차 수요의 일부를 흡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도 고가 수입차 시장의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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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한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단순한 판매 감소를 넘어 한국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과시적 소비를 지양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고가 수입차 시장은 실용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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