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K-방산 112조 '싹쓸이'…또 한 곳 점령"

by 이콘밍글

폴란드 현지화로 속도 높이는 K-방산
유럽 규범에 맞춘 ‘유럽형 생산’ 전환
수출 강자에서 공급망 강자로 확장

localization-of-the-defense-industry-001-1024x576.jpg

K-방산의 현지화 / 출처 : 연합뉴스


단순히 무기를 팔던 한국 방산업체들이 이제는 유럽 한복판에서 생산·정비 체계를 직접 구축하며 ‘현지화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5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WB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최종 합의하며 그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제때 납품하고 신뢰를 지키려면 현지 뿌리내리기가 필수”라고 말한다.


폴란드에서 만드는 이유는 납기와 신뢰

%EB%B0%A9%EC%82%B0-%EC%A0%84%EB%A7%9D-3-1024x626.jpg

K-방산의 현지화 / 출처 : 연합뉴스


합작법인은 다연장로켓 천무의 폴란드형인 호마르-K에 들어가는 사거리 80km급 유도탄을 직접 생산한다.


지금까지는 발사대 모듈과 유도탄은 한국에서 만들고, 발사대 차량만 폴란드에서 맡아왔지만 이제는 탄약까지 폴란드에서 찍어내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한화오션도 움직임을 넓히고 있다. 8조 원 규모의 잠수함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에 장보고-III 잠수함을 제안하며, 현지에 상설 정비센터를 세우고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K2 전차 2차 계약에서 61대를 폴란드 공장에서 조립하기로 했고, 나머지 640대 물량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유럽 규범을 안에서 돌파하는 현지화 전략

%EC%A4%91%EB%8F%99-%EB%B0%A9%EC%82%B0-1-1024x684.jpg

K-방산의 현지화 / 출처 : 뉴스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는 국방비를 GDP의 4%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빠른 전력 확충에 나섰다.


문제는 유럽연합의 새로운 규칙이다. ‘세이프(SAFE)’라는 무기 공동 구매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품의 65% 이상을 유럽 안에서 만들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 업체들이 단순히 무기를 팔고 떠나는 대신 합작법인을 세우고 정비센터를 현지에 마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지에서 직접 만들고 고쳐야만 유럽식 조달 규범을 충족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외부 기업’이 아닌 ‘내부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월 말 한국을 튀르키예와 함께 신흥 무기 수출 강국으로 꼽으며 나토 회원국 대상 수출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EB%B0%A9%EC%82%B0-%EC%A0%84%EB%A7%9D-1-1024x647.jpg

K-방산의 현지화 / 출처 : 연합뉴스


현장의 성적표는 수치로 증명된다. 상반기 국내 5개 주요 방산기업의 영업이익은 2조 30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1% 늘었고, 매출은 19조 원을 넘어섰다.


수주잔고도 112조 원에 육박한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이 자체 생산 능력을 회복하면 가격과 납기 우위는 약해질 수 있고 숙련 인력 유출, 러시아의 시장 복귀도 변수다.


그래서 업계는 현지 생산과 정비, 기술 이전을 토대로 유럽에서 직접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본다. K-방산의 미래는 더 가까이서 만들고 더 오래 책임지는 것에 달려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단종 신화의 귀환? 기아 신차의 놀라운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