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의 현지화 / 출처 : 연합뉴스
단순히 무기를 팔던 한국 방산업체들이 이제는 유럽 한복판에서 생산·정비 체계를 직접 구축하며 ‘현지화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5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WB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최종 합의하며 그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제때 납품하고 신뢰를 지키려면 현지 뿌리내리기가 필수”라고 말한다.
K-방산의 현지화 / 출처 : 연합뉴스
합작법인은 다연장로켓 천무의 폴란드형인 호마르-K에 들어가는 사거리 80km급 유도탄을 직접 생산한다.
지금까지는 발사대 모듈과 유도탄은 한국에서 만들고, 발사대 차량만 폴란드에서 맡아왔지만 이제는 탄약까지 폴란드에서 찍어내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한화오션도 움직임을 넓히고 있다. 8조 원 규모의 잠수함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에 장보고-III 잠수함을 제안하며, 현지에 상설 정비센터를 세우고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K2 전차 2차 계약에서 61대를 폴란드 공장에서 조립하기로 했고, 나머지 640대 물량 확보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K-방산의 현지화 / 출처 : 뉴스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는 국방비를 GDP의 4%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빠른 전력 확충에 나섰다.
문제는 유럽연합의 새로운 규칙이다. ‘세이프(SAFE)’라는 무기 공동 구매 제도를 도입하면서, 부품의 65% 이상을 유럽 안에서 만들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 업체들이 단순히 무기를 팔고 떠나는 대신 합작법인을 세우고 정비센터를 현지에 마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지에서 직접 만들고 고쳐야만 유럽식 조달 규범을 충족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외부 기업’이 아닌 ‘내부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월 말 한국을 튀르키예와 함께 신흥 무기 수출 강국으로 꼽으며 나토 회원국 대상 수출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K-방산의 현지화 / 출처 : 연합뉴스
현장의 성적표는 수치로 증명된다. 상반기 국내 5개 주요 방산기업의 영업이익은 2조 30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1% 늘었고, 매출은 19조 원을 넘어섰다.
수주잔고도 112조 원에 육박한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이 자체 생산 능력을 회복하면 가격과 납기 우위는 약해질 수 있고 숙련 인력 유출, 러시아의 시장 복귀도 변수다.
그래서 업계는 현지 생산과 정비, 기술 이전을 토대로 유럽에서 직접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본다. K-방산의 미래는 더 가까이서 만들고 더 오래 책임지는 것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