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고갈 / 출처 : 연합뉴스
믿고 있던 노후 자금이 하나둘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했다.
매달 꼬박꼬박 내던 보험료가 무색하게도, 주요 공적연금과 보험들이 40년 안에 줄줄이 고갈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특히 당장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는 건강보험은 8년 뒤면 텅 비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3일 발표한 ‘제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당장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2033년이면 준비금이 완전히 바닥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험료율은 법정 상한선인 8%에 묶여 있지만, 의료수가는 계속 오르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험료를 먼저 정한 다음 의료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연금 고갈 / 출처 : 연합뉴스
노인장기요양보험 상황도 심각하다. 2026년 적자로 돌아서고 2030년이면 준비금이 고갈된다.
따라서 과도한 이용을 막고 AI 돌봄로봇이나 비대면 서비스를 늘려 지출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도 2048년부터 적자에 접어들고, 2064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수치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안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개혁안에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3%로 상향하고,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공적연금 고갈 / 출처 : 연합뉴스
2020년에는 기금이 2056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개혁으로 고갈 시점이 8년 늦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추가 대책으로 기금 수익률을 현행 4.5%에서 5.5%로 높이고,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사학연금은 2026년 적자로 전환돼 2047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연금은 2065년에 GDP 대비 0.69%의 적자를, 군인연금은 0.15%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핵심은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일본은 공적연금 지출의 약 20%, 미국은 사회보장기금의 약 35%를 국고에서 충당하고 있다.
공적연금 고갈 / 출처 : 연합뉴스
반면 한국의 국고 지원 비율은 4~5%에 불과해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때문에 보험료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연금 고갈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매년 GDP의 1% 수준까지 재정을 투입하면 기금 고갈 시점을 크게 늦출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보험료 인상과 함께 정부의 재정 기여를 확대해야 안정적인 노후 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하자는 논의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처럼 보험료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미래 세대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사회보험 재정구조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 없이는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