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제도 악용 / 출처 : 연합뉴스
꼬박꼬박 월급에서 건강보험료를 떼이는 대다수 국민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한 달에 몇 만 원이 아쉬워 보험료를 못 내는 생계형 체납자가 있는가 하면, 수천만 원을 체납하고도 버젓이 더 큰돈을 환급받아 가는 ‘얌체’들이 활개 치고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건강보험 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건강보험 제도 악용 / 출처 : 연합뉴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본인부담상한제’라는 제도에서 비롯된다. 이 제도는 ‘병원비 폭탄’으로부터 우리 가정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다.
한 해 동안 병원비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나라에서 정한 최고 금액까지만 내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해결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A 씨는 무려 1,447만 원의 보험료를 내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그는 본인부담상한제를 통해 되려 1,576만 원의 의료비를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보험료는 내지 않은 채 혜택만 쏙 빼먹은 것이다.
현행법상 체납 보험료를 환급금에서 먼저 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허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건강보험 제도 악용 / 출처 : 연합뉴스
A 씨와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지난 3년간 1,000만 원 이상을 장기간 체납한 고액 체납자 중 1,926명이 이런 식으로 총 19억 원에 가까운 돈을 타 갔다.
국회에서는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일”이라며, “조속히 법을 고쳐 이런얌체 행각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올해 4월 기준으로 1년 넘게 보험료를 내지 않은 장기 체납자가 95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내지 않은 보험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2조 8천억 원을 훌쩍 넘겼다.
건강보험 제도 악용 / 출처 :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돈이 없어서 못 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3천만 원 이상을 체납한 고액 체납자만 약 1만 명인데, 이들이 내지 않은 돈이 전체 체납액의 21%를 차지한다.
정부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국회에서는 세금을 안 낸 사람처럼 고의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는 아예 해외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결국 정부와 공단이 풀어야 할 숙제는 명확해졌다. ‘낼 돈이 있으면서도 내지 않는’ 얌체 체납자는 빚 끝까지 추적해 징수하고, ‘내고 싶어도 낼 형편이 안 되는’ 생계형 체납자에게는 분할 납부나 컨설팅 같은 지원책을 마련해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줘야 한다.
성실한 대다수 국민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이제라도 제도적 구멍을 꼼꼼히 메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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