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운행중단 / 출처 : 연합뉴스
한강 위를 우아하게 달리며 서울의 새로운 교통혁명을 예고했던 한강버스가 예상치 못한 난항을 겪고 있다.
1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정식 운항 시작 11일 만에 승객 탑승을 전면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서울시는 28일 한강버스의 시민 승객 탑승을 29일부터 중단하고 10월 말까지 ‘무승객 시범운항’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한강버스 운행중단 / 출처 : 연합뉴스
한강버스의 문제는 지난 18일 정식 취항과 동시에 시작됐다. 운항 첫날부터 화장실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하는 불쾌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련의 사건들의 전조에 불과했다.
가장 심각한 상황은 22일에 벌어졌다. 102호와 104호 선박에서 전기 계통 이상이 발생해 운항을 중단했다. 특히 잠실행 버스 한 척은 출항 10분 만에 한강 한가운데에서 멈춰서는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승객들은 약 20분간 강 위에 발목이 잡힌 채 불안에 떨어야 했다.
26일에는 104호 선박의 방향타에 이상이 생겨 출항 10분 만에 다시 회항하는 일이 벌어졔다. 70명의 승객들이 예정에 없던 하선을 해야 했고, 한강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급격히 떨어졌다.
기계적 결함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도 한강버스를 괴롭혔다. 20일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 내린 폭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3300톤을 초과하면서 운항이 임시 중단됐다.
한강버스 운행중단 / 출처 : 연합뉴스
연이은 사고와 고장으로 인한 시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나섰다. 시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시는 한강버스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무승객 시범운항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열흘간 2만 5000여 명의 시민이 탑승한 한강버스를 더욱 안전하고 편안하게 운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체계적이고 철저한 시범 운항을 통해 한강버스가 서울을 대표하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범운항은 기존과 동일하게 잠실과 마곡 사이를 왕복 7회, 하루 총 14회 진행된다. 승객 없이 선박별 운항 데이터를 축적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선체 주요 부품과 기계, 전기계통의 성능 최적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서울시는 한강버스 정기권을 구매한 시민들에게 추가 지불액 5000원을 환불하기로 했다. 기후동행카드에 5000원을 추가하면 한강버스 무제한 탑승이 가능했던 혜택이 일시 중단되면서 내린 조치다.
한강버스 운행중단 /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운항 중단으로 10월 말 이후 선박 4척을 추가 도입해 연내 총 12척, 왕복 48회로 확대하려던 당초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는 시범운항 종료 후 하이브리드와 전기 선박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강버스는 마곡에서 잠실까지 총 7개 선착장 28.9킬로미터 구간을 운항하는 친환경 수상 대중교통으로 기획됐다. 선박당 최대 199명까지 탑승 가능하며 하이브리드와 전기 추진 방식으로 기존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8%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 특징을 내세웠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투입한 시비 227억 원을 포함해 총 1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 정식 운항 11일 만에 중단되면서 시민들의 실망과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초 예상 542억 원에서 약 3배나 늘어난 사업비 역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과연 한강버스가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서울을 대표하는 안전한 수상교통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시범운항 결과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