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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떠나는 신혼여행 성지, 무슨 일?

by 이콘밍글

한때 한국인 북적이던 대표 휴양지
호텔 줄폐업에 항공편까지 끊겨
“이러다 섬 전체가 무너질 판”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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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과 괌의 침체 / 출처 : 연합뉴스


“마치 유령 도시 같아요.” 한때 한국인들로 북적이던 사이판의 현재를 보여주는 씁쓸한 한마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 여행과 신혼여행의 성지로 불렸던 남태평양의 낙원, 사이판과 괌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이판의 상징과도 같았던 하얏트 리젠시 호텔이 4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 충격적인 일도 벌어졌다.


그곳에서 27년간 근무했던 한 직원은 현지 언론을 통해 동료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고 섬을 떠나야 했다며 암담한 현실을 전했다.


한국인 발길 끊기자 ‘텅 빈 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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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과 괌의 침체 / 출처 : 연합뉴스


한때 사이판은 전체 방문객의 80%를 한국인이 차지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던 휴양지였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 덕에 지상낙원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제 그 시절은 아련한 추억이 됐다.


사이판의 최고 번화가였던 가라판 거리는 셔터를 내린 가게들로 가득하다. 화려했던 카지노 건물은 유리창이 깨진 채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한 상인은 “예전에는 하루에 한국인 관광객이 200~300명씩 왔지만, 지금은 20명도 채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상은 괌도 마찬가지다. 괌의 얼굴로 불리던 웨스틴 리조트가 매물로 나왔고, 호텔 평균 객실 점유율은 정상 운영 수준인 70%에 한참 못 미치는 22%까지 곤두박질쳤다.


몰락 뒤에 숨겨진 복합적 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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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과 괌의 침체 /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치솟은 물가와 환율을 꼽는다. 달러를 사용하는 이 지역 여행 경비가 크게 오르면서, 같은 돈이면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이 급증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전 문제까지 불거졌다. 2023년 괌을 덮친 60년 만의 슈퍼 태풍으로 3천여 명의 한국인이 고립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올해는 한국인 피격 사건까지 터지며 불안감을 키웠다.


심지어 사이판에는 우리 영사관조차 없어 위급 상황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외면받는 이유가 됐다.


항공편 축소도 직격탄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32년간 운항하던 사이판 노선을 중단한 데 이어,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들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운항을 줄이거나 갑작스럽게 결항을 통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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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과 괌의 침체 / 출처 : 연합뉴스


한 여행객은 “항공권부터 숙소까지 다 예약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비싼 물가, 불안한 치안, 불편한 교통이라는 삼중고에 더해, 낡은 시설과 새로운 즐길 거리 부족이라는 문제까지 겹치면서 여행객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현지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섬 경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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