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법정 공휴일 지정 / 출처 : 연합뉴스
매년 5월 1일이면 반복되던 풍경이 있다. 자녀의 어린이집은 쉬지만 정작 부모는 출근하고, 은행 창구는 닫혀있지만 관공서는 문을 여는 광경이다.
이처럼 누군가에겐 달콤한 휴일, 누군가에겐 평범한 근무일이었던 ‘반쪽짜리 휴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63년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근로자의 날’이 본래 이름인 ‘노동절’로 돌아오며, 모든 국민이 함께 쉬는 ‘빨간 날’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노동절 법정 공휴일 지정 / 출처 : 연합뉴스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근로자의 날’의 명칭을 ‘노동절’로 바꾸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본래 5월 1일은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쟁취 투쟁에서 유래한 세계적인 ‘노동절(May Day)’이다.
우리나라도 1923년부터 이를 기념해왔으나, 1963년 군사정부 시절 ‘근로자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노동’이라는 단어가 주는 투쟁적 이미지를 희석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근로자’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노동’은 단순히 일하는 행위를 넘어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주체적인 의미를 되찾았다.
노동절 법정 공휴일 지정 / 출처 : 연합뉴스
노동계는 ‘근로’라는 표현이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진 수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노동절’ 명칭 환원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번 결정은 그러한 목소리가 마침내 결실을 본 셈이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모든 일하는 사람이 차별 없이 하루를 쉴 수 있게 하자는 데 있다.
지금까지 ‘근로자의 날’은 달력에 빨갛게 표시되는 법정 공휴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기업체 직장인들만 유급 휴일을 보장받았을 뿐, 공무원, 교사, 그리고 택배 기사나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은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매년 5월 1일이면 관공서나 학교는 정상 운영되어 국민들이 혼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노동절 법정 공휴일 지정 / 출처 : 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일하는 모든 시민이 노동의 가치를 생각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내년부터는 노동절을 모두가 쉬는 공휴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 모든 국민이 온전히 휴식을 취하며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뜻깊은 날이 될 것이다.
아직 국회 본회의 통과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있지만, 여야 간 큰 이견이 없어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다.
63년 만에 제 이름을 찾은 ‘노동절’이, 이제는 모두의 달력에 ‘빨간 날’로 당당히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