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집주인 보증금 사고 / 출처 : 연합뉴스
“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데…” 서울 양천구에서 거주하는 세입자 A 씨는 요새 한숨이 늘었다. 중국 국적의 집주인이 20억 원이 넘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처럼 외국인 집주인과 얽힌 전세보증금 사고가 급증하면서, 그 피해액이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보증사고’ 금액은 지난해에만 140억 원에 달했다.
외국인 집주인 보증금 사고 / 출처 : 뉴스1
이는 2021년 5억 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28배나 급증한 수치다.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HUG로부터 우선 돈을 돌려받는다. HUG는 이후 집주인에게 이 돈을 받아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HUG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외국인 집주인을 대신해 갚아준 돈은 총 211억 원에 이르지만, 이 중 73%에 달하는 155억 원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 국적 집주인이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14명), 캐나다(3명)가 그 뒤를 이었다. 사실상 국민 혈세로 외국인 집주인의 빚을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급증하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은 1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이는 2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 집주인 보증금 사고 / 출처 : 연합뉴스
특히 이들은 서울, 수도권 등 인기 지역의 고가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내국인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력한 대출 규제를 받지만, 외국인은 자국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현금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국인에게는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외국인에게는 문을 활짝 열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인 집주인 보증금 사고 / 출처 : 뉴스1
이러한 보증금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부동산 사기는 대부분 일반 사기죄로 다뤄지는데, 범죄로 얻는 이익에 비해 형량이 낮아 범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피해액에 비례해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범죄 수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등 강력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