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급성장한 중국산 전기차에 유럽연합(EU)이 결국 강력한 ‘관세 폭탄’을 날렸다. EU는 이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45.3%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이에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 시간) 회원국 투표를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확정 상계관세 도입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기존 10%의 일반 관세에 추가로 7.8%에서 최대 35.3%의 관세가 더해져 최종 관세율은 17.8%에서 45.3%에 달하게 된다.
테슬라 같은 일부 기업은 가장 낮은 17.8%의 관세를 적용받지만, 비야디(BYD)와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 등 대부분의 중국 업체들은 높은 관세율을 부담하게 된다.
이 같은 결정은 중국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 과잉 보조금을 받으며 저가로 유입돼 유럽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EU는 작년부터 진행된 반보조금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중국은 즉각적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EU의 보호무역주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유럽의 녹색 전환과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EU의 이번 조치가 무역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모든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도 잇따라 불만을 표출했다. 지리홀딩스는 “이번 관세 부과는 중국과 유럽의 경제·무역 관계를 방해하고 결국 유럽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비판했다. 상하이자동차 역시 “과도한 세금은 친환경 전환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전기차는 최근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전기차는 유럽에서 1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약 2만 3000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월 대비 72%나 증가한 수치로, EU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서둘러 구매를 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상하이자동차는 6월 한 달 동안 1만3400대를 판매하며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였고, BYD는 약 4000대를 팔아 뒤를 이었다. 중국 전기차의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로 자리잡은 유럽에서의 급성장은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의 유럽 내 성공은 새로운 장벽을 만났다. EU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비록 EU는 중국과의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관세가 본격 시행되면 중국 전기차의 유럽 시장 공략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이번 ‘관세 폭탄’은 유럽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EU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중국 간의 첨예한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