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의 거대 업체들이 속속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건 2,0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인 비야디(BYD)와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다.
이들 업체는 중국 내 과잉 생산과 수요 둔화에 맞서 해외 시장에서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 시장도 이들의 주요 공략지가 되었다는 소식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중국 지리그룹 산하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다. 지커는 이미 서울과 경기 지역에 전시장을 열 계획을 발표하며,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커는 BMW코리아와 폴스타코리아에서 활동한 김남호 씨를 한국 지사 대표로 내정하며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커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며, 다양한 차량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 또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비야디는 최근 2,0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단을 발표했다.
비야디는 이 신형 하이브리드의 배터리를 100% 충전에 가득 주유한 뒤 실제 장거리 주행에 나선 결과 2,500km를 주행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긴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테슬라 모델 3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단 2종의 가격은 10만 위안(1천 890만원) 미만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비야디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으며, 당시에는 전기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 판매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번 승용차 출시로 한국 진출 8년 만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비야디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 전기차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비야디는 전기차 제조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함으로써 가격을 대폭 낮췄다.
이러한 가격 전략 덕분에 비야디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며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신차 구입 희망자 중 90%가 중국산 전기차를 구입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배터리 안정성과 품질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한국 시장 안착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BYD는 정부 인증 문제로 인해 출시 일정이 연기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D는 여전히 올해 내 한국 시장에 승용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BYD의 출시는 지연되고 있지만, 경쟁사인 지커가 진출 준비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어 이르면 연내에 출시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 전기차의 한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가 국내에서 성공할지, 아니면 품질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그들의 진입을 막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