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껍질로 자랐다.
세상의 칼바람은 너무 매서웠고
나는 너무 작고, 말랑했기에.
껍질은 나를 숨겨주었고
지켜주었고,
때로는 나인 척 웃어주었다.
그러다, 나는 나를 잃었다.
지독히 외롭던 어느 날,
내 안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건 네가 아니야.”
두려움에 망설이며
나는 한 겹을 벗겼다.
핏빛 고통이 번져 나왔다.
그건 단순한 껍질이 아니었다.
살이 되고, 기억이 되고,
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벗을 때마다
나는 찢겼고,
조용히 무너졌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
그 안에 ‘나’가 있었다.
작고, 연약한 내가
구석에 웅크려 울고 있었다.
차마, 또다시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벗기고,
또 벗겼다.
그리고 이제 나는 조금 안다.
그 벗겨낸 자리에서
진짜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상처 난 피부 위로
햇살이 처음 닿을 때처럼,
나는 살아 있음을 감촉으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