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았어. 좋았어. 그래서 시가 됐어.

by 윤슬하


오늘
달빛에 부서지는 별빛이
너무 예뻤어


옷이 젖을까 봐
발 씻기 귀찮아서
신발 벗고 바닷가 걷는 일은
나한텐 없는 일이었는데

오늘은
모래가 너무너무 고운 거야
그래서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신발을 벗었어

바다를 걸었어
발등 위를 스치는 파도가
살며시 나를 만졌어

가만히 있으면
모래가 자꾸 깎여서
오래 한 자리에 설 수는 없었지만
괜찮았어

파도가 확 몰아쳐서
비싼 원피스도 다 젖어버렸지만
그래도
좋았어

그리고
바다 위의 달빛이
계속
나를 따라왔어

반짝, 반짝

달빛이 비치는 곳만
은빛으로 빛났어
너무 멀어서
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있는 곳엔
늘 함께 있었어

내가
가만히 있으면
달빛도 가만히 있었고

내가
걸으면
달빛은 조용히
나를 비춰줬어


그게 참,

좋았어.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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