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도시가 고향이던 나는
하얀 눈이 내리던 날이 정말 좋았다.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 위를
뽀드득뽀드득 소리 내서 걷는 일
어떤 날은 눈이 결정 모양으로 내려
그게 사라져 버릴까 쥐지도 못하고
소중히 바라보기만 했다.
의사 선생님이 말하셨다.
인생의 바닥을 찍는다는 건
반대로 스스로 바닥을 짚고 올라오는 거라고.
그 과정에서 나의 민낯을 마주하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 수치스럽고
인간이란 게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예전보다 더 말의 결을
아주 선명히 보게 되었다.
말 뒤에 숨은 뜻들이
예전엔 진심으로 받았다면 이제는
그 뒤에 숨겨진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먼저 선명히 보였다.
그러면 알게 되었다.
나의 한계가 거기까지였듯
너의 한계도 거기까지인 거구나.
그건 같은 사람으로서의 동질감.
그리고 그래서 더는 깊어질 수 없는
무작정 예전처럼 사람을
순수하게만 좋아할 수 없는
조금의 고독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바닥을 보고
그런 나를 용서하고서 살아났듯
그렇기에 너의 한계도 이해가 된다.
나도, 너도
그냥 아주 작은 한 사람일 뿐이니깐.
나이가 더 든다고 다른 것도 아니었고,
나이가 어리다고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자기를 아는 만큼,
자기가 내려가 본 바닥의 깊이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건 제법
슬픈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