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른손이 왼손을 처음 잡아준 날

by 윤슬하


나에게 처음 질문을 던졌던 날부터

나는 단 한 번도,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여기를 벗어나면

무슨 대답이든, 어딘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날, 나는 무작정

오대산 월정사로 향했다.


비가 조용히 내리던 날이었다.

그저, 말없이 기도하고 싶었다.


고요히 내려앉은 물안개 속에서

내 마음이 조금은 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가장 큰 전각으로 갔다.

가만히 앉아, 내 안의 소리를 들으려 했다.


부처님을 마주 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곳에도

세상의 소리들이 여전히 가득했고,


나는 내 마음이 하는 소리를

더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아무도 없는 작은 전각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점점, 심장이 울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마치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꾹꾹 눌러 참아왔던 원망이 터져 나왔다.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왜 저를 그렇게까지 몰고 가셨나요…”


아무리 물어도,

부처님은 아무 말도 없었다.


대신,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살기 바빠,

살기 위해 덮어두었던

수많은 삶의 순간들이


한순간에

파도처럼 밀려와

내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마주하게 되었다.


끝내 무너지는 순간까지도

누구 하나 다치지 않도록

끝끝내 애쓰며 살아온,

그 조용하고도 눈물겨운 다정함을.


그토록 다정히도

살아냈던 나를

이제야 알아보게 되자—


왈칵.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참았던 감정이 아니라,

너무나 다정해서,

너무 오래 외면당한 그 마음이

비로소 받아들여졌다는 벅참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혹여나 볼까,

속으로 꾹꾹

눌러 담으면서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내가,

너무 마음 아프고,

너무 예뻐서—

그걸 이제야 알아봐 준 게

사무치게 미안해서—


나는 조용히,

내 오른손으로 왼손을 꼭 잡아주었다.


“너, 참 다정히도 살아냈구나.

그걸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그때 처음,

나는 나를 안아주었다.


언제나 조용히 참아내던 너를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외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생존자였다는 것을.


상처 입은 나를 비난하느라

지나쳐온 수많은 순간들,

그 모든 것을 품고

이제는 진짜로 살아가기로 했다.


끝없이 무너져도,

나는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

그 다정함으로,

나를 살게 했던 바로 그 마음으로.


이제는 나를 가장 먼저

사랑하겠다 다짐하며—

나는 조용히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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