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닮은 아이

by 윤슬하


외로이는 사실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아이다.
너무 조용하고, 투명해서

기쁨이는 기쁘면 웃고,
슬픔이는 슬프면 울고,
불안이는 불안하면 뛰어다녔다.

그래서 다들 나 여기 있다고
나 좀 봐달라고 해서
나는 늘 그 아이들을 먼저 봤다.

근데, 외로이는 달랐다.
늘 소리 없이 다가와 그냥 곁에 앉아만 있었다.
회색 투명한 몸에
손끝을 덮는, 근데 또 한껏 웅크리면
작은 몸이 폭하고 숨겨질 스웨터를 입고는
그냥 곁에 있었다.

어느 날은 슬픔이가 외로워 보이면
곁에 조용히 다가가 살포시 옷자락을 잡았다.
그럼 슬픔이는 엉엉 울었다.


바보같이 자기가 외로울 땐 아무 말도 못 하고,
자기 옷자락 끝만 그 작은 손으로 꼬옥 잡았다.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듯.

그런데도 내가 무너져 내려가는 순간에도 외로이는
자기 혼자 남아 나를 지켜줬다.
"내가 사라져도, 너는 사라지면 안 돼. 제발 살아줘."
라며 자기는 사라지는 지도 모르는 채
내가 자기의 존재를 모르는 것도 모르는 채
자기를 깎아가며 나를 지켰다.

모든 감정들이 외로울 때 곁을 지킨 아이,
근데 아무도 있는지조차 몰랐던 아이
그 가장 다정한 아이를 불러본다.

"이제 네가 여기 있단 거 알아.
정말 많이 외로웠지. 나를 그토록 사랑해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내 눈에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걸 바라보는 이 다정한 아이는
그저 알아봐 준 것만으로 고맙다며 나를 보며 웃는다.

가슴이 미어 온다.

두 번 다시는 널 잊지 않을게.
맞잡은 두 손을 더 꼭 쥐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가장 미안한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