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Coast
황금빛 해변의 휴양도시, 골드 코스트.
브리즈번에서 대중교통으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어 주말이면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말에는 직행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 때문에 우리는 환승지옥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시티에 살고 있는 나와 은빈이는 10시에 센트럴역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야 했다. 본래 약속시간은 10분 전이었지만 우리는 짠 듯이 출발 1분 전에야 역에 도착했다. 오늘 같이 놀기로 한 친구들은 우리와 달리 굉장히 펑추얼한 사람들이라 진작 기차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행히 기차를 놓치지 않은 우리는 태연한 척 앉아 차례차례 리카와 미사키를 맞이했다.
기차에서 내려 버스, 그리고 다시 트램으로 환승했다. 트램을 타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버스 창밖 풍경과 지하철 승차감의 조화가 생경했다. 도착하고 보니 점심시간이라 눈앞에 보이던 베티스 버거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계획은 잇 인이었으나 테이블 위의 비둘기들이 그 생각을 말끔히 없애주었다.
햄버거를 테이크 아웃해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향했다. 바다를 마주 보고 기다란 빌딩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그동안의 해변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그러나 배고픔이 앞섰다. 우리는 풍경을 감상할 새도 없이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급했던 나머지 마시던 콜라를 반쯤 쏟기까지 했다. 호주에 온 뒤로 마음껏 먹지 몫해 식탐이 는 것만 같다.
서퍼들의 천국에 정작 서퍼들은 보이지 않았으나 파도의 모양 만으로도 이곳이 그렇게 불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천연 파도풀이었다. 어쩌면 인간들의 놀이는 모조리 자연의 모방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를 채운 우리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달려오는 파도를 기다렸다가 밀려나기를 반복했다. 거대한 파랑 속에서 부유하는 느낌은 벅참과 동시에 두려움을 선사했다. 그건 차가운 수온을 자꾸 잊게 할 만큼 멋진 경험이었다. 타지 않기 위해 덕지덕지 바른 선크림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파도는 내 왼쪽 어깨에 선명한 자국을 남겼다.
한껏 바다를 즐긴 우리는 모래 뺏기 게임을 시작했다. 모래성 가운데 꽂힌 나무막대를 쓰러뜨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 조심스러움. 영리함. 장난스러움. 사소한 게임 하나에도 각자의 성격이 보이는 게 꽤 재밌었다. 벌칙은 고민 없이 입수로 정했다.
아무리 헹궈내도 모든 모래를 털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씻기를 포기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호주의 요아정이라고 불리는 요치였다. 아사히 맛과 초콜릿 맛 아이스크림을 반반씩 담은 후 토핑으론 딸기와 바나나, 화이트 초콜릿 드리즐을 선택했다. 맛있었지만 왜인지 컵라면이 떠올랐다.
골드코스트에서 브리즈번으로 돌아오는 길. 겉옷을 입었음에도 한기가 파고들었다. 곧 몸살에 걸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 난 이 날 이후 일주일 동안 몸살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또 골드 코스트에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