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My Island Home> by Christine Anu
Six years I’ve been in the city
(6년 동안 나는 도시에 있었어)
And every night, I dream of the sea
(매일 밤, 나는 바다를 꿈꿔)
They say home is where you find it
(사람들은 고향은 당신이 찾는 곳이라고 해)
Will this place ever satisfy me?
(이곳이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Across the bay, I can see the water
(만을 가로질러, 나는 물을 볼 수 있어)
I see the sun and the rising sea
(나는 태양과 떠오르는 바다를 봐)
The tide, it is low and my boat is returning
(바닷물은 낮아지고 내 배는 돌아오고 있어)
Back to my island home
(내 섬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어)
누군가의 아는 형. 누군가의 룸메이트. 누군가의 아는 동생. 너무나도 얕게 연결된 인연들이 모여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목적지는 브리즈번 근교에 위치한 노스 스트라드브로크 섬. 나는 코키의 초대로 함께할 수 있었다.
오전 8시 반. 코키, 토아, 바네사, 카이, 코야, 아야네, 윤과 브리즈번 중앙역에서 만났다. 게 중 절반은 이 날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기차를 타고, 페리를 타고, 또다시 버스를 타야만 도착할 수 있는 장장 3시간의 여정이었다.
페리가 출발하자 마음속이 울렁거렸다. 갑판 위로 올라가자 구름이 손끝에 채일 듯했다. 윤슬은 눈부시다 못해 투명으로 반짝였다. 숨 쉬기 힘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온몸을 흔드는 이 감각이 정말 너무나도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섬에서도 가장 멀리 위치한 포인트 룩아웃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비현실적이었다. 푸른 절벽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이라니. 촌스러워 보이고 싶지 않아 놀란 마음을 숨기고 태연한 척 그 사람들을 따라 하다 미끄러진 건 안 비밀.
그 후 우리는 근처 해변으로 향했다. 난 이날 태어나 처음으로 백사장을 밟아 보았다. 하얀 모래와 파란 바다의 조화가 생경하게 느껴졌다. 서퍼들은 부서지는 파도를 올라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다음번엔 나도 저들 중 하나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멋진 해변에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다들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수영할 생각이 없다더니 바다를 보자마자 달려들기 시작했다. 코키와 카이는 거침없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 나도 바다를 침대처럼 여길 수 있는 그런 용기를 갖고 싶었다.
바닷물에 발만 담갔을 뿐인데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파도가 발자국을 없애는 모양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거대한 자연 앞에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그렇게 한참을 꼼짝 않고 있던 내게 아야네가 말을 걸었다.
이 날 나는 일본에서 온 아야네와 가장 가까워졌다. 아야네는 똑 단발에 작은 체구, 멜빵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어 욕을 자랑하듯 내뱉는 것엔 지금까지도 익숙해지지 못했으나.. 사랑스러운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아야네는 4개월 간 필리핀에서 영어를 공부한 후 호주에 왔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늘게 된 것만 봐도 보통 당찬 아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야네와 나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사진을 사랑했고, 예술을 사랑했고, 무엇보다도 삶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그녀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 몇 년간 내 삶의 반경은 굉장히 좁고 밀집되어 있었다. 난 가슴이 답답할 때면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떠올렸다. 단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곳을 왜 그리도 그리워했는지, 이곳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백사장에 누워 파도 소리에 귀 기울였다.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소음으로 여겨질 만한 것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태양이 작열했으나 그 또한 낭만이었다. 나른한 졸음이 미친 듯 쏟아졌다. 아, 이게 진짜 행복이구나.
아마 나는 평생 이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를 살아낼 것을 스스로와 약속했다. 오늘을 회상하다 보니 집에 돌아오는 길은 갈 때만큼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My island home, my island home
(내 섬의 고향, 내 섬의 고향)
My island home is waiting for me
(내 섬의 고향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