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3박 4일간의 짧은 중국 여행)
'당신은 왜 여행을 하십니까?' '당신은 무엇을 위해 당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당신의 생활 반경으로부터 벗어난 곳에서 일정 기간을 머물고자 하십니까?' '당신은 여행지에서 주로 무엇을 하십니까? 그리고 그것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내가 여행지에서 주로 하는 활동은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어느 순간에 떠오른 감정이나 느낌을 내 시선이 가는 어떤 대상에 투영한 후, 그것을 찍음으로써 그 순간을 담아내기 위함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여행지에서 마주한 어떠한 대상이 제 아무리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한들 그 순간에 그 대상을 통해 담아내고 싶은 것이 없다면,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딱히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인증샷이라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찍은, 말 그대로 사진을 위한 사진들은 나중에 사진첩을 열었을 때, 아주 잠깐 스쳐가듯 보고 넘기는 인기 없는 사진이 되어버린다.
최근에 다녀온 3박 4일의 짧은 중국여행에서는 선전이라는 도시에 난산이라는 지역과 그 밑에 위치한 홍콩을 둘러보고 왔다.
난산에서 내가 머물렀던 호텔은 헬스장과 수영장이 호텔 바로 옆 별관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헬스장에 가려면 호텔 5층에서 내려 밖에 있는 연결 통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야 했다. 둘째 날 늦은 저녁에 호텔 헬스장에서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개운한 상태로 호텔 본관과 연결된 통로를 따라 걸어가던 도중 날씨가 어제와 다르게 습도도 많이 내려갔고 선선해져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텔 방으로 가려고 했던 발걸음을 돌려 바로 호텔 밖으로 나섰다. 운동을 마치고 개운한 상태에서 무선 이어폰으로 들리는 음악은 적당히 흥을 돋우었고, 중국이라는 나라도 이제 좀 적응이 되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늦은 저녁 그 동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도 겸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경적을 울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와 이륜차의 모습, 일을 마치고 식당 옆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아 야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 건물과 건물 사이 어두컴컴한 골목길의 모습, 지하철 역 입구 옆 자그마하게 조성된 공원의 밴치에 앉아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남녀의 모습, 내일의 장사를 위해 가게 마감을 하고 정리를 하는 가게 주인의 모습, 차도 쪽 인도에 끝없이 놓여있는 자전거들의 모습. 그날 늦은 저녁 나는 운동 후 상쾌한 기분과 날씨가 주는 포근함, 음악을 통해 돋우어진 흥과, 중국 땅에 대한 낯섦이 옅어지며 찾아온 마음의 여유를 그 지역 사람들의 저녁 모습에 투영하여 사진에 담았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부터 중국의 우버라고 불리는 디디택시를 타고 선전북역으로 갔다. 빠르게 탑승 수속을 마친 후 고속철도를 타고 홍콩의 서구룡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에 돈을 넣고 하버시티 -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 & 소호지역 - 피크트램 & 피트 타워 - 몬스터 빌딩 - 구룡공원 & 차이나 페리 터미널의 전망데크 - 하버시티 & 침사추이 스타 페리 부두 이 코스로 돌아다니며 당일치기 여행을 하였다.
홍콩에 도착해 처음으로 들렸던 홍콩의 대형 복합 쇼핑몰인 하버시티를 걸으면서 무언가 중국 본토와는 다른 느낌의 오히려 일본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홍콩만의 색다른 느낌을 사진에 담았다.
하버시티를 잠깐 둘러본 후 지하철을 타고 홍콩역으로 넘어가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를 역행해 올라가 소호지역에 도착해서는 비가 와서 습한 날씨의 약간은 불쾌한 느낌과, 하버시티와는 다르게 지형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굉장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며 무질서한 홍콩 도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소호지역을 벗어나 홍콩공원 쪽으로 걸어가, 체감 경사가 45도에 이르는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는 피크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피크 위에 있는 전망대인 피크 타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궂은 날씨 탓에 홍콩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없었다. 보이는 게 없으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버스를 타고 애드미럴티 역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차고 쿼리 베이역에 도착해서 그 근처에 있는 몬스터 빌딩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 그 빌딩을 올려다보며 철거된 구룡채성 또는 구룡성채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였다. 그리고 이곳이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거주지라는 점이 나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마치 홍콩이라는 도시의 이면을 본듯한 느낌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소외된 듯해 보였고, 이 도시는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물론 내가 말하는 이면이라는 것은 홍콩이라는 도시의 외관 중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물리적인 뒷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몬스터 빌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나는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자세한 속사정은 알 수가 없다. 그저 외관만 보고 추측을 해볼 뿐이었다.
약간의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다음 장소인 구룡공원으로 향했다. 구룡공원을 가로질러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무작정 걷다 보니 차이나 페리 터미널의 전망데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피크타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홍콩섬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바람이 좀 부는 탓에 우산 사이로 기분 나쁘게 스며 들어오는 비를 맞으면서도 오래간만에 탁 트인 곳에 있으니 왜인지 모르게 답답했던 마음이 좀 해소가 되었고, 그런 마음과 함께 홍콩에 대해서 이제는 조금은 알 것만 같은 우쭐거림에 가까운 약간의 여유를 부려보며,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홍콩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전망데크 밑으로 내려가니 다시 처음에 왔던 하버시티의 쇼핑몰 거리가 보였다. 그 거리를 다시 걸어가며, 눈에 보이는 중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홍콩의 야경을 보러, 침사추이 스타 페리 부두 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도착해서는 오래 걷기도 했고, 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아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체력적으로 좀 힘들었다. 그래서 딱히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여행의 마지막을 홍콩의 야경으로 마무리 짓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침사추이 스타 페리 부두에서 보이는 홍콩섬의 야경을 사진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