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백수란, 경계의 감각이다. 학생과 직장인, 직장인과 직업인 사이, 경계에 선 사람. 어찌저찌 그 경계로 내몰린 소감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새롭고 흥미롭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감각. 낯설지만, 그 낯섦이 주는 새로운 시각이 마음에 든다.
강한 물살에 허우적대며 정신없이 휩쓸려가다, 강을 가로지르듯 뻗은 나무의 줄기나 뿌리 같은 것에 걸려 우연히 멈춰 선 순간.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었을 때, 피부를 스치는 바람과 함께 밀려오는 개방감과 끓어오르는 기쁨. 그것이 경계의 감각, 멈춤의 감각이다.
짧은 숨을 고르고, 강물 위로 뻗어 있는 나무뿌리 같은 것에 몸을 기대어, 천천히 강을 바라보았다. 강은 그저 흘러가고 있었다.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그 흐름 속, 배경에 순순히 녹아들지 않고, 발버둥을 치며 무척이나 괴로워하는 존재가 눈에 밟혔다. 조금 전의 나와 같은, 그런 존재들이 말이다. 과연 나는 물속에 허우적거리면서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강물은 의도가 없다는 것을. 그저 흐를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요란하게 몸부림치며,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짙은 안개 탓에 눈에 보이는 것은 매섭게 흘러가는 강뿐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다시 저 흐름에 몸을 실어야 한다는 것을. 흐르지 못하고 또다시 허우적거리게 될지라도. 다시금 나를 건져줄 나무줄기 혹은 뿌리와 같은 것을 만나게 되겠거니, 긍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