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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분노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by June H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노년은 날이 저물수록 불타고 포효해야 하기 때문에,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Though wise men at their end know dark is right,
현자들은 끝을 앞두고 어둠만이 지당함을 깨달을지언정
Because their words had forked no lightning they,
자신들의 말로 번개 하나 일으킬 수 없었기에,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Good men, the last wave by, crying how bright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 곁에서 자신들의 덧없는 행실이
Their frail deeds might have danced in a green bay,
푸르른 바다에서 춤추었으면 얼마나 빛났을지를 슬퍼하기에,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Wild men who caught and sang the sun in flight,
열광하는 자들은 날아오른 태양에 사로잡혀 노래했으나
And learn, too late, they grieved it on its way,
그것은 지는 해를 두고 슬퍼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기에,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Grave men, near death, who see with blinding sight
위독한 자들은 죽음을 앞두고 앞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Blind eyes could blaze like meteors and be gay,
멀어버린 눈이 유성처럼 불타고 빛날 수 있음을 보기에,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And you, my father, there on the sad height,
그러니 슬픔의 언덕에 선 당신, 나의 아버지시여,
Curse, bless, me now with your fierce tears, I pray.
바라건대 그대의 모진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해 주세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세요.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꺼져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또 분노하세요.


-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by Dylan Thomas





10년 전,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이 시는 나에게 어떠한 의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나는 그저 이 시를 영화의 몰입을 위한 하나의 극적인 장치쯤으로 생각하고 넘겼다. 그렇게 까맣게 잊혀졌던 이 시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글을 쓰다 문뜩 떠올랐다. 그리고 나 또한 그 누구와 다를 바 없이 분노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뒤로 빠르게, 나를 스쳐 지나가는 현재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 감정 혹은 마음은 쌓여가는 과거에 대한 슬픔도, 후회도 아니었다. 당시로선 나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를 스쳐 지나간 그 순간들을 붙들 수 있는 것은 분명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둘러 나는 나의 언어로 그 순간들을 엮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그것이 분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어쩌면 어떤 창작은 까마득한 옛날 누군가가 벽에 남긴 낙서와 같을지 모른다. 또는 어느 유명한 관광지 한쪽 난간에 걸려있는 수많은 자물쇠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께서 당신의 죽음을 직시한 순간, 달력 뒤편에 적어두셨던 시와 같을지 모른다. 창작이라는 것은 어쩌면 유한한 순간, 유한한 삶을 실감할 때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깊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어떤 울화와도 같은 것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표출된, 가장 인간적인 흔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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