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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우주에 대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by June H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지구라는 완벽한 그늘 아래서,

태양과 지구를 등진 채

우주의 어둠을 들여다본다.


그 정적 속, 조용히 반짝이는 점 하나하나는

수백억 개의 별들이 모여 있는

하나의 은하다.


그 많은 별들을 품고 있는 은하의

어마어마한 무게는

시공간마저 짓눌러 버린다.


마치 오래도록 한자리에 앉아 있을 때,

몸의 무게에 눌린 의자의 쿠션이

천천히 가라앉듯이,


은하는 시공간에 놓여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그 굽어진 공간의 곡률을 따라,

은하가 가리고 있던

저 너머의 빛이 새어 나온다.


은하 뒤편,

미지의 세계는 휘어진 틈 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와

조용히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렇게, 은하의 작은 반짝임에 실려온 그 세계는

커튼 속 가려진

우주의 오래된 기억 한 조각을

살며시 꺼내 놓는다.





소리 없는 비처럼,

아득한 과거가 쏟아져 내리는

티끌 하나 없이 맑은

어느 날 밤.


작은 두 눈에 빛을 담고 있는

우리의 존재는,

은하를 이루는 별들의 수십 경 배에 달하는 원자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작은 우주와도 같다.


이 많고도 작은 우주들은

좋든 나쁘든

서로를 향해 시선을 두고,


관심을 기울이며

보살피고

배려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빛을 주고받으며

존재한다.


때로는

나로부터 비롯된 빛이

타인을 거쳐 반사되어

다시 내게로 돌아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타인의 세계가

눈동자의 굽은 곡률을 따라 흘러나와,

전에는 보이지 않던 색으로

세상을 새롭게 비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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