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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Jan 03. 2022

든 자리 난 자리

조용한 연말연시

아이들이 온다는 소식에 아내는 분주해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재료를 사서 냉장고에 보관했고
 집안 이곳저곳 청소도 했다.


용산에 근무하는 아들과 용인에 직장이 있는 딸아이가 근무를 마치고 출발하면

새벽 2시경이나 도착할 예정이었다.


 같이 만나 이동해서 좋기는 하지만 먼 길을 운전해야 하니 걱정도 된다.
 걱정이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나쁜 습관인 걸 뻔히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다.

 


아이들 도착 전 눈을 부쳐보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아이들과 과일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지만

과묵한 딸아이는 단 몇 마디로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갑자기 불어 난 식구들에 흥이 난 미르와 아잉이도 이 사람 저 사람 무릎을 오가며 좋아한다.
 아잉이는 딸아이에게 달려가 점프로 안기며 격하게 환영한다.

 

아침에 눈을 뜨니 부엌에는 김밥 만들 재료들이 가지런히 손질되어 있다.

아침잠이 많은 아들이 일어나기 전

아내와 딸아이는 떡을 사려 아잉이를 데리고 갔다.

 

열이 많은 아잉이는 추위에도 맨몸으로 나갔는 데,

주위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새로 산 조끼를 입었다.


점심은 딸아이가 원한대로  김밥과 집에서 만든 떡볶이로,

저녁은 외출했던 아들이 들어오면서 사온 마라탕에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수제 맥주를 곁들여 먹었다.
 저녁 후에는 넷플릭스에서 선택한 <베놈>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여느 휴일과 다름없이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아내와 딸아이는 시장 구경,

아들은 친구를 만나려,

그리고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신의 전쟁>을 읽었다.
 책 읽기가 지겨울 즈음 공원 산책을 나섰다.


 강추위가 물러가고,

미세 먼지도 주춤한 오후 시간이라

공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 타는 사람, 공차는 사람, 야구하는 사람, 걷는 사람,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으로 분주하다.

 


저녁은 스테이크가 주 메뉴였고 겨울철 별미인 과메기가 추가되었다.

 디저트는 에그타르트였다.


 5년 차 직장인인  아들은 번 아웃에 대해 언급했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지만 코로나19로 좋아하는 운동까지 할 수 없으니

충전도 되기 전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모양이다.
 이제 재충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


 이런저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니 정답을 제시하지는 못해도 마음은 가볍다.


이제 너무 늦기 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고 떠나는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애써 “그래 자기들 보금자리 찾아가야지’ 하지만 빈자리의 공허함이 찾아온다.

애들이 떠난  자리를 한 잔의 술로 채운다.


 2박 2일 짧은 시간 동안 가족들과 나눈 시간들이 소중하고 고맙다.
 2022년도 다들 건강하고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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