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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Feb 13. 2022

삶의 중심이 되는 집

행복을 주는 집

집은 주인을 닮고, 그 동네를 담고, 

우리의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아주 작은 땅을 구해서 방을 쌓아 올려 지은 집은 젊은 부부에게 딱 맞춘 옷과 같고 

인생의 방향을 바꾼 사람들이 도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찾아낸 땅에 지은 집은 

새로운 삶의 터전이자 의지할 동료가 된다. 


 집이라는 의미는 한정되어 있지 않고 한없이 확장된다.

그럴 때 집이란 단순히 

비 막고, 바람 막고, 햇빛 가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피가 돌고 숨을 쉬는 생명체 같은 역할을 한다. 

 


좋은 집이란 과연 어떤 집일까?  


 비싼 집, 큰 집, 교통이 편리한 집, 직장에 가까운 집,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것이다. 

추억이 들어 있고 기억이 묻어 있는 집,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머무는 집이 정말 좋은 집이다. 

 


경북 문경의 ‘2 자집’은 2층에서 이어 내려온 벽의 모양이 

마치 숫자 2의 모양 같아서 동네에서 2 자집이라고 불린다. 


2 자집에는 터울 많이 지는 누나와 동생과 아빠, 

그리고 타지에서 일해 주말에만 집에 오는 엄마가 산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주말부부 생활을 해서 

한동안 아이들이 할머니 댁에서 함께 살았다. 


그러다 분가하게 되었고 다들 이왕이면 할머니 댁 근처에 있고 싶어 했다. 

처음엔 새집을 짓고 할머니와 함께 살 생각이었지만 

할머니께서 극구 사양해서 바로 옆에 집을 짓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땅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아빠는 나고 자란 그곳이 좋았고 

어머니 곁을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 울타리 안에 아빠가 태어나고 자란 옛집과 새집이 나란히 놓이게 되고 

가족의 역사가 이어졌다. 

 

반듯하지 않은 삼각형 땅에 집을 지어야 했기에 설계가 쉽지 않았지만 

덕분에 재미있는 공간이 탄생했다. 

그중에서 마당과 연결되는 필로티 공간은 한옥의 들마루처럼 활용되어 

오며 가며 할머니와 만나는 장소였고 

온 가족이 모이는 주말 저녁을 함께 즐기는 근사한 공간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집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엄마가 오는 금요일 아침이면 아이들과 아빠는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빨래와 설거지 등 

살림을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일주일 동안 일하느라 고단했을 엄마가 집에 도착해 편히 쉬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할 일을 하는 아이들과 아빠의 얼굴도, 

돌아온 엄마의 표정도 환하게 빛난다. 


가족끼리 각자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서먹하게 지내는 수많은 아파트 속의 익숙한 풍경이 아니라, 

집이란 결국 가족이 하나의 지붕 아래 모이는 장소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가족의 삶이 가득 찬 집의 모습이었다.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고 집의 현관을 여는 순간 

코끝에 훅 다가오는 따뜻한 집의 냄새와 온기, 

익숙한 목소리로 안기는 가족의 체온과 웃음,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집, 

외출을 다녀온 할머니가 들마루에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놓고 가시고, 

아이들이 수시로 할머니를 찾아가 말동무를 하고, 

주말에 온 아내가 아이들과 시간을 흠뻑 보내도록 저녁을 짓는 아빠가 있는 집, 

세월이 흘러 아이들에게 물리적인 집만이 아닌 추억과 기억을 함께 물려줄 수 있는 집, 

사람들이 사는 따뜻한 집이 거기 있었다.

<출처:EBS 건축 탐구 집>


복잡한 서울생활을 접고 

강원도 삼척 옛 화전민이 살던 집을 개조해서

한국인 남편과 살고 있는 독일인 아내는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다."

라며 꽃도 심고 주위를 가꾸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즐겼다.


그들의 삶의 중심에는 집이 있었고 

그 집에는 진한 사람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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