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내 Feb 12. 2022

층간소음

복잡한 문제, 단순한 해법

위층에 살던 조용한 이웃이 이사를 갔다.

새로 들어올 이웃이 내부공사를 시작해 한 달여간 소음에 시달렸다.

바닥공사를 할 때는 위층의 망치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컸다.

공사는 계획했던 기간보다 1주일이나 더 걸려 끝이났다.

 


새로 온 이웃은 지난번 이웃과 달랐다.

시도 때도 없이 쿵쿵거리며 달리는 소리에 무뎠던 감각이 날카로워졌다.

날이 갈수록 소음은 참을 수 없는 공해로 변했고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다.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먼저 경비실로 인터폰을 했다.

위층 소음 때문에 살 수가 없으니 지금 올라가겠다고 전해주세요.”

경비실 직원은 내 말투에서 심각함을 느꼈는지 경비실에서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 후로도 쿵쿵거리는 뜀박질은 계속되어 아내가 위층으로 올라갔다.

과자를 준비해서 아이들 먹이라고 하자,

안주인은 방문 이유를 금방 눈치챘다.


아이들이 어린 데다 근처에 사는 사촌들이 자주 놀려와서

많이 뛰어다닌다고 하면서 조심시키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 외출 후 돌아오니

현관문 앞에 밀감 한 박스와 손편지가 놓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위층입니다.

저희가 이사 오게 되어서 많이 시끄러우시죠?

최대한 조심시키지만 둘째가 20개월이라서 아직

통제가 안되지만 조심시켜볼 게요.   


애들 둘 다 8시쯤 되면 일찍 잠들지만 혹시 많이 시끄러워면 연락 주세요. ㅜㅜ.

저번에 아기들 과자도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귤이 맛있길래 한 박스 보내 드려요.”


이 편지를 받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불편한 감정과

오해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나이가 들어 별나게 굴며

아이들의 자유를 침해한 것 같아 죄스러웠다.

 


다음날이 김장 담그는 날이라 갓 담근 김장에 손편지를 적어서 보냈다.


“보내 주신 밀감 달고 맛있네요.

고맙습니다.

조용했던 집에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신경이 쓰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짜증이 났습니다.

몰지각한 부모가 공공질서에 대한 교육도 시키지 않는다고 오해도 했습니다.


오해가 미움으로 커져 올라가서 따져볼까 하는 마음도 먹었고,

경비실로 전화해서 불만도 토로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조심시키고 계실 줄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뛰면서 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심하게 통제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견디기 어려우면 문자 드릴 테니 연락처 남겨 주세요.

손자들이 건강하게 뛰어노는 모습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손 편지 주셔서 감사하고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 오늘 김장을 담았습니다.

행복한 밥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후,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많이 줄어들었고

간혹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전처럼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손자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해졌고,

견디기 힘들어 연락하면 금방 들어줄 것이란 믿음이 있어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19와 일상의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