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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Jun 04. 2021

카이저 장군(3부)

최종 편

전쟁은 끝났고 평화의 시대가 왔다.

하지만, 전쟁에 익숙했던 병사들은 평화를 실감하지 못했고, 싸움이 잦았고,

무료함을 견디지 못해 술과 도박에 빠졌다.

 

카이저 장군은 평화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함을 알았다.

살기 좋은 카이저 만들기’ 운영 위원회를 만들고 개비 참모장을 위원장으로 했다.

위원들은 전문인으로 카이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첫 신호로 개비 위원장은 모든 무기를 녹였다.

그리고 평화의 시대를 선포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농사를 잘 지은 사람에게는 상을 내렸고, 마을 곳곳에 꽃을 심어 가꾸었다.

이웃과의 소통을 위해 담장을 허물었고 세금을 낮추어 백성들이 근심 없이 살 수 있도록 했다.

백성들 얼굴에는 근심이 사라졌고 문을 열어 놓아도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으며,

땅에 떨어진 물건도 주인이 아니면 줍지 않았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자 북구의 성주가 카이저를 찾아왔다.

지난번 떡방과의 싸움 때 몇 차례 도움을 청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마음을 졸이게 했던 성주였다.

여자의 몸으로 성주 직책을 수행하면서 전쟁보다는 평화의 시대를 갈망해 왔습니다.

카이저에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행사를 마련한다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개비 위원장은 기획 중인 대규모 문화 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날짜는 정해졌다.

꽃이 만발하는 6월 초 3박 4일을 행사기간으로 정하고 준비가 시작되었다.

먼저 마을의 집들을 깨끗하게 수리했고, 카이저가 자랑하는 중앙정원을 잘 가꾸었으며

골목골목에는 꽃과 나무를 심었다.

집집마다 창문에 꽃을 내놓았다.

꽃 향기가 가득했고, 마을은 깨끗했고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첫날 먹거리 장터가 카이저가 자랑하는 중앙 산책로에서 열렸다.
 구포 국수 삶겼고, 동래 파전과 산성 막걸리가 입맛을 사로잡았다.

유명한 백중원 요리사가 낙동강에 나온 싱싱한 재첩으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고

중국에서 요리를 배워 온 이인복 요리사가 재첩을 이용한 중국요리를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둘째 날 백일장에는 전국에서 유명한 글쟁이가 다 모였고 동서고금을 대표하는

다양한 차들이 제공되었다.


셋째 날 사물놀이 패와 남사당 패가 분위기를 띄우고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7명의 빙산 소년단이 무대에 오르니 평화의 축제는 절정에 달했다.


넷째 날 낙동강 길을 따라 자전거 타기 행사가 진행되어 시원한 강 길을 달렸다

 

축제의 마지막 날,

떡방이 카이저 장군을 찾아왔다.

카이저 장군 나를 용서해 주세요.

지난 3일 동안 내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달았소.

내가 지은 죄를 사죄할 기회가 있다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

카이저 장군은 떡방을 일으켜 세웠다.

 

중앙광장에는 모인 사람들을 향해 카이저 장군이 입을 열었다.

카이저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우리들의 보금자리입니다.

그리고 떡방이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려 왔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했던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가치는 가릴 수도 없고 가려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는 금정산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을 이용해 카이저 곳곳을 흐르는 실개천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실개천에 지키며 남은 여생을

반성하며 살겠습니다."

 

개비 위원장이 축제의 종료를 알리자, 주민들은 카이저 장군을 무등 태워 마을을 돌았다.

카이저, 만세.”

낙동강에는 석양이 아름답게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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