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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Jun 04. 2024

이탈리아 커피 이야기(3)

에스프레소

커피 원산지도 아닌데 왜 이탈리아 커피가 유명할까?
이탈리아가 커피의 나라로 불리게 된 것은 커피 원두를 재배하는 나라이서가 아니다.
이탈리아도 원료는 수입한다. 


커피 원두는 콜롬비아나 브라질, 에티오피아 등 남미나 아프리카 등이 유명하다. 

그럼 왜 이탈리아가 커피의 나라가 되었을까? 

바로 에스프레소를 뽑는 기계를 발명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커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기계를 처음 만들었다는 말이다.


기계와 함께 각종 수입 원두를 섞어 최적화시키는 블렌딩 기술이 발달한 것도 명성을 얻게 된 주 요인이다. 

커피 원두의 본국인 콜롬비아나 브라질은 틴토라고 해서 에스프레소보다는 뜨거운 물에 설탕을 첨가해 끓인 후 불을 끄고는 여기에 원두 가루를 넣은 다음 건더기기를 가라앉혀 마신다.

 

그리스나 터키 등도 곱게 간 원두를 필터 없이 그냥 우려서 마신다

그래서 우리의 커피 문화는 그 뿌리를 더듬어 가면 이탈리아에 다다른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커피 문화는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모두 이탈리아에 빚지고 있다.


처음에 이탈리아에 갔을 때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카페에까지 미국 국적의 '아메리카노'가 있어서 갸우뚱했다. 

유럽의 다른 카페에는 아메리카노라는 말 자체가 없는데 말이다.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탈리아인들은 아메리카노의 기원이 이탈리아라는 소유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에 주둔했던 미군들이 만들어냈다.


에스프레소는 미군들에게 한약같이 진하고 썼다. 

그래서 커다란 컵에 에스프레소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희석해 마셨던 것이다. 

프랑스의 카페롱고와도 비슷하지만, 카페롱고는 에스프레소를 뽑으면서 물을 더 오래 내리는 것이고,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를 뽑아 여기에 뜨거운 물을 따로 넣는다. 

그래서 아메리카노에는 에스프레소의 커피거품이 사라지고 없다.


이탈리아는 도착하는 공항에서부터 시골 농부의 초가집까지 온 나라에서 커피 향이 난다.
그래서 커피는 이 오래된 나라의 유적지들 사이에서 현실감각을 잊어버린 방문객을 깨워주는 고리가 된다. 

이탈리아인들은 하루 종일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이요!"라고 하면 에스프레소를 준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카페라테나 카푸치노는 사실 아침에 마시는 커피다. 

카페에서도 서서 마시느냐,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바에 서서 마시면 아무리 밀라노의 금싸라기 땅 위에 있는 카페에서도 1유로 정도이다. 

한 잔에 1,400원 정도 하니 정말 싸다. 

당연히 바에서 멀어져 테라스로 나갈수록 가격은 비싸진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에스프레소는 일종의 박카스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커피 맛을 음미한다기보다 바에 서서 그냥 한두 모금에 쭉 들이키고는 가버린다.

에스프레소가 핏속에 흐르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카페는 주유소와도 같다. 

즉 이탈리아인들은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거다.


우리에게 작은 잔에 담겨 나오는 강한 에스프레소의 맛은 여전히 낯설지만 쓴 맛 뒤에 따라오는 구수한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은 이탈리아인들의 싦과 문화다.


출처: <장인을 생각한다.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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