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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Jun 03. 2024

이탈리아 커피 이야기(2)

커피 맛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 

이탈리아인들은 우리가 김치 맛을 알듯이 커피의 맛과 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바리스타들은 세계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원두와 기계, 바리스타라고 하는데 다른 것은 모두 돈으로 최고의 품질을 살 수 있지만, 바리스타만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탈리아 바리스타들은 커피 맛을 아는 전 국민을 상대로 커피를 뽑아야 하니 당연히 최고일 수밖에 없다. 

소믈리에라는 말이 와인을 정리한 프랑스에서 생겨났다면, 바리스타라는 말은 커피를 집대성한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바리스타의 남성형은 바리스티 여성형은 바리스테로, 우리에게 친숙한 바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한 모든 종류의 음료를 취급하는 전문직을 뜻한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나 알코올음료와 함께 간단한 스낵을 파는 곳을 '바'라고도 한다.


1998년부터 이탈리아 국립 에스프레소 연구소는 에스프레소의 품질을 보호하기 위해 검증된 블렌드와 기계, 자격 있는 전문가만이 커피를 다룰 수 있도록 자격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에는 커피 대학까지 있다. 


어느 구석진 골목의 허술해 보이는 곳에 가더라도 커피 맛이 훌륭한 이유이다. 

카푸치노 한 잔을 뽑아도 밑의 커피와 곧바로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오랜 숙련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기술이다. 

이러니 이탈리아에는 외국 체인점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설사 들어온다 하더라도 일상이 커피인 이들에게 도대체 얼마를 받을 것인가가 문제다. 

유서 깊은 카페에서 1유로 정도를 내고 그냥 쭉 들이켜고 나가는 이들에게 말이다.


커피와 와인은 닮았다. 

그래서 시음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시각적인 면, 맛과 향미의 차이, 입에서의 지속성 등… 

여기에 산도, 쓴 맛, 과일 향, 부드러움이 조합되어 맛을 구성한다. 

좋은 맛을 내려면 커피콩의 품종과 품질, 블렌딩도 중요하지만 포인트는 어떻게 볶느냐이다. 

여기에 들이는 정성과 시간, 화학적 지식 등이 맛을 좌우하므로,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한 커피와 작은 공방에서 장인이 볶는 커피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된다. 

이 모든 것을 한 잔의 커피에 구현해 내는 것이 바리스타의 능력이다.


에스프레소는 짙은 갈색에 크레마라고 하는 황금빛의 거품이 위에 떠 있다. 

이 거품의 성분은 커피 기름과 단백질, 그리고 당분이다.


'에스프레소'라는 이름에 걸맞은 커피가 되려면 적어도 물 100밀리리터당 볶은 커피 7그램이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일반커피는 5그램),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쓰지만, 떫거나 쏘는 맛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각설탕을 넣어 휘젓지 않고 천천히 쓴맛에서부터 단맛으로 진행하며 마시는 것도 즐겁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이탈리아 커피의 또 하나의 상징인 카푸치노는 증기와 섞인 우유 거품으로 커피를 덮는다. 잘 뽑은 카푸치노는 잔 가장자리에 커피의 갈색 띠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가운데 떠 있는 거품은 하얗고 아주 밀도 있어야 한다. 

액체와 기체 상태가 완전히 혼합되어 쫀쫀하고 매끄럽게 혀를 쓰윽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거품이 방글방글 생겨 밑의 커피와 섞이면 이는 곧 카페 라테가 되어 버리니 말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카푸치노는 아침의 커피이다. 

거기다 이탈리아의 카푸치노에는 시나몬이 없다. 

한국의 짜장면이 중국과 다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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