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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May 31. 2024

이탈리아 커피 이야기(1)

이탈리아 커피의 역사

처음 이탈리아에 커피가 들어온 것은 중세 후기인 11세기부터로 동방 무역을 담당하던 도시 국가 베네치아를 통해서였다. 

베네치아는 아드리아 해를 건너 비잔틴, 이슬람제국과 교역을 하여 유럽으로 귀중한 향신료와 금 등을 들여왔다. 

이때 아랍인들이 마시던 검은색의 진한 음료도 함께 전해졌다.

베네치아 인들은 점점 이 향에 매료되며 중독되었고, 베네치아 상인들은 이를 온 유럽으로 전파했다. 


초창기의 커피는 아주 귀해 귀족들만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며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커피가 남아메리카로부터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는 유럽 전역에 카페 문화가 시작되는 기초가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 개발한 에스프레소 기계는 1884년 토리노에서 안젤로 모리온도라는 사람이 발명했다. 

현재 우리가 '모카'라고 부르는 압축 커피기계였다. 

3층으로 되어 있는데, 맨 밑층에 물을 담고 중간의 금속 필터층을 커피로 채운다. 

물이 있는 곳과 맨 위층은 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열을 가해 물이 끓으면 증기가 물을 밀어서 위층의 커피 칸을 통과하며 커피를 우려 맨 위층의 용기에 농축되는 시스템이었다.


나폴리 버전은 나폴레타나라고 하는데, 주전자 두 개가 머리를 맞대고 붙어 있는 형상이어서 물이 적당한 온도가 되자마자 뒤집는다. 

이는 필터 커피와는 다른 맛과 향을 낸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시대의 산물일 수도 있다. 

19세기말 20세기 초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와 모더니즘의 미학적인 척도는 신속함이었기 때문이다. 

카페가 수없이 생겼고, 빠른 회전이 생명이었다. 


안젤로는 리큐어와 초콜릿을 생산하는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호텔과 레스토랑을 경영했다. 

이곳을 드나드는 고객은 모두 바빴지만, 입맛은 고급이었다. 

그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하면 시간과 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결국 기술자인 마르티나와 함께 실험 끝에 초기 단계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발명했고, 1884년에는 파리의 국제 특허 사무소에 등록했다. 

하지만 안젤로 모리온도의 장인 정신은 이 기계를 절대로 대량생산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꼭 몇 대씩만 직접 만들어 특정한 레스토랑이나 바에 공급했다. 

이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자체가 홍보 효과를 발휘했다.


1901년에는 밀라노의 엔지니어 뤼기 베제라가 이를 더욱 정교하게 개조하여 최초의 압력 에스프레소 기계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역시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 정신으로 소량의 기계만 수제로 생산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20세기 초의 커피 기계는 지금처럼 바의 뒤에 기능적으로 놓인 것이 아니라 일종의 '럭셔리' 모델로 자랑스럽게 카운터 위에 자리 잡았다. 

예술품이라 해도 믿을 만큼 우아하고 멋진 모양에다 희귀품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에스프레소 기계는 이후 조금씩 기능을 덧붙여가며 진화된 것이다.


지금처럼 커피에 고압의 증기를 쏘이고 구부러진 노즐로 증기를 보내 카푸치노도 뽑는 기계는 1948년 가지아가 발명했다. 

이로써 커피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되었고, 계속해서 미국을 거쳐 전 세계로 이어졌다. 


현재 이탈리아는 2004년부터 베네토 주의 트리에스테에서 에스프레소 박람회를 2년마다 열어 전 세계의 커피 전문가들을 불러 모은다.

한국에서 드립 커피라고 하는 것은 커피 중 물에 녹는 수용성 성분만을 우려내는 것이다. 

반면에 에스프레소는 압력을 가해서 뜨거운 증기로 수용성 성분뿐 아니라 원두 속의 모든 맛과 향까지 추출해 낸다.


이는 진하고 그윽한 향이 담기기는 하지만 끝까지 쥐어짜 낸 맛이어서 인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의 커피 전문가들이 드립 커피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런 데서 연유한다. 

구수하고 부드러운 드립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나름의 철학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탈리아가 드립 커피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 환경이 에스프레소를 탄생하게 했을 수도 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다. 

그래서 더 진하게 우려 물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 에스프레소에는 보통 커피보다 카페인이 많을 거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에스프레소용으로 볶을 때 카페인이 더 많이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저녁 시간에 일반 커피를 마시면 숙면에 방해를 받을 수 있지만 에스프레소는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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