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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Aug 19. 2024

커피와 와인의 다른 점

와이너리는 부의 상징, 커피농장은 가난한 농민의 생존수단

현대인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은 커피와 와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커피나무가 잘 자라는 곳에서는 포도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재배지의 기후다. 
기본적으로 커피나무는 습한 지역에서 자라는 반면에 포도나무는 건조한 지역에서 자란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멘도사, 산후안, 네우켄, 리오하, 리오네그로 등 안데스 산지에는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아주 많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습기 머금은 바람이 높은 안데스 산맥에 부딪혀 비를 쏟아버리고 건조한 공기가 산맥을 넘어오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지역의 안데스 산지는 늘 건조하다.
물이 귀해 듬성듬성 발견되는 나무마저 초록색이 썩 진하지 않다. 
사막처럼 황량한 느낌이 든다.  

아르헨티나의 포도밭에 비해 중미 지역이나 콜롬비아의 커피 경작지는 기온이 높고 습하다. 
재배지가 남북회선 사이에 위치해 있고, 그 중간 부분으로 적도선이 지나기 때문이다.
아라비카 품종이 재배되는 산지는 보통의 열대지방처럼 덥지가 않다. 
산지의 영향으로 기후가 일정하지 않고 수시로 변한다.

 


두 번째는 일조량이다.
일조량이 많아야 포도에 당분이 많이 축적되고 좋은 품질의 와인이 생산된다. 
일교차가 커야 포도가 실하게 영글고 당분도 많아진다. 
안데스 산지에서는 낮에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올라가다가 밤에는 급격히 내려간다.
영하로 떨어지는 때도 있다.  


커피나무도 햇볕을 필요로 하나 포도나무와 달리 일조량이 너무 많으면 좋지 않다. 
포도 재배지에서처럼 온도가 너무 떨어져도 안 된다.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커피나무는 오히려 적절한 그늘이 필요하다. 
그래서 커피나무 사이에 그늘나무(shade tree)를 심어 주기도 한다. 
특히 묘목이나 수령이 낮은 커피나무일 경우에는 그늘이 꼭 필요하다.


나무 그늘은 경작지 표면의 유기물질과 수분을 잘 유지시켜 주고 부식토에서 유기영양물질이 생성되도록 도와준다. 
경사지에서 토양이 씻겨 내려가는 것도 막는다. 
강렬한 햇볕은 커피나무 잎을 마르게 하고, 성장을 과도하게 촉진해 나무의 수명을 단축시키며, 커피 열매의 맛을 훼손시킬 수 있다.  

그늘나무로는 보통 구아모나 바나나나무를 심는다. 
 바나나나무는 그늘과 더불어 열매도 제공하므로 일석이조다.


커피의 그늘 재배는 새를 불러 모은다.
한마디로 말해, '버드 프렌들리(bird friendly)' 경작이다. 

한때 그늘 재배가 필수적이지 않다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그늘 재배가 필요한 부르봉이나 티피카(Tipica) 품종 대신에 카투라(Catura), 카투아이(Cartual), 카티모르(Catirmor) 같은 품종을 재배하게 되면 햇볕에 노출되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1990년 무렵에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에서는 많은 커피 농가가 커피나무를 빽빽하게 심고 햇볕에 노출시켰는데, 그 시도는 기대와 달리 실패했다.



셋째는 토양이다. 
커피나무나 포도나무에는 모두 배수가 중요하다. 
포도나무는 모래가 섞이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서 잘 자라는 반면에 커피나무는 부식질이 많으면서도 푸석푸석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커피나무는 지표층으로 뿌리가 퍼져 양분과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부식질이 두꺼운 토양이 좋다. 
커피나무를 지탱해 주는 중심뿌리는 땅속으로 50센티미터 깊이까지 뻗어 내리지만 곁뿌리나 미세뿌리의 90퍼센트 정도는 30센티미터 이내에 묻혀 있다. 
포도나무뿌리는 커피나무보다 더 깊이 내려간다.  

중심뿌리는 1미터까지 내려가고, 뿌리의 60퍼센트 정도는 60센티미터 이내에 있다.

 


넷째, 커피나무는 중간 높이의 상록관목(木)이기 때문에 사시사철 푸른 나뭇잎을 유지하는 반면에 포도나무는 환엽덩굴성 나무이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잎을 떨군다.

 


다섯째, 커피에 카페인이 있다면 와인에는 탄닌이 있다. 
두 성분 모두 필수적인 화학물질이다.  

탄닌은 와인의 바디감을 형성하는 핵심 물질이다. 
따라서 포도 열매에 탄닌 성분이 부족할 경우 케브라초(Quebracho, 학명: Schinopsis) 나무나 아카시아 나무 등에서 추출한 자연 탄닌을 와인에 희석하기도 한다.  

와인을 발효시키는 오크통에서도 탄닌이 빠져나온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은 각성 효과가 있어 우리 몸을 깨우는 효과가 있지만 중독성이 있어서 과다하게 섭취하면 건강을 해친다. 
  

 

흔히 중남미 부자들의 고급 취미이며 자주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것은 좋은 품종의 종마를 구입해 기르는 것과 좋은 지역에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멘도사 지방에서는 늘 미국의 유명 배우나 스포츠 선수가 와이너리를 구입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들은 전망이 대단히 좋은 곳에 위치하고, 근사한 건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곳에는 고급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딸려 있다. 
와이너리의 주인은 넓은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직접 수확해 와인을 제조한다. 
제조 공정이 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반면에 부자들이 커피 농장을 갖는 것이 로망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식민지 시대에는 지주들이 수백 헥타르 규모의 커피 농장을 운영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콜롬비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커피는 1-4 헥타르 규모의 영세한 농장에서 재배되고 가난한 임금노동자들에 의해 수확된다.
커피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 열매는 여러 단계의 가공 및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제공되는데, 도시의 카페에서 팔리는 커피 음료 가격의 1퍼센트 미만이 생산자에게 돌아간다. 

 

와인이나 커피 모두 우리의 삶에 활력을 주고 소통의 매개체가 되는 음료이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두 물품은 소비자만 동일하지 생산자나 중간 가공 및 유통 과정은 너무 다르다.
아르헨티나에서 와이너리는 부의 상징이지만 콜롬비아에서 커피 농장은 가난한 농민들의 생존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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